금융당국이 분식회계 혐의로 대우건설과 삼일회계법인에 각각 과징금 20억원, 10억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11일 증권선물위원회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대우건설에 2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이다. 또한 대우건설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에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대우건설이 국내 10여개 사업장에서 5000억원 규모의 공사 손실 충당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회계 처리를 할 때 분양율이 미달되는 등 손실이 예상되면 대손충당금을 쌓고 손실 처리를 해야한다.
대우건설 측은 분양 이전에 손실 가능성을 신뢰성 있게 추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은 손실 인식 조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는 시행사가 추정한 분양가를 시공사가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시공사가 보증을 선 뒤 사업 진행이 결국 중단됐음에도 우발 채무를 반영하지 않는 등 손실 인식 시점에 대손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고 추후 몰아서 반영하는 관행이 만연했다.
대우건설 감리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사실상 건설사의 자체 사업임에도 도급계약인 것처럼 형식을 갖춰 수익 초과 인식하도록 한 점도 지적됐다. 자체 사업의 경우 사업이 최종 마무리돼야 수익을 인식할 수 있지만 도급 계약일 경우 사업 진행 정도에 따라 수익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3년 12월 내부 제보를 받아 회계감리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뒤 약 1년 반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70여개 사업장에서 1조5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과소계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 과정에서 크게 줄었다.
이에 대우건설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감리위원회 결과 당사의 회계처리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됐다”면서 “하지만 이번 감리의 쟁점이었던 ‘미래 추정손실의 인식 시점’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당사는 여전히 다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거나 분양사업의 경우 물건을 분양해보기 이전에는 그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인지 추정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현재의 회계기준(IFRS)에는 건설업 회계와 관련해 원칙적인 기준만 제시하고 있을 뿐 건설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충분한 해석이나 지침이 없다고 대우건설 측은 토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감리가 특정 회사에 대한 징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건설업 회계처리에 대한 합리적이고 명확한 회계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감리위의 조치의견은 최종 결정이 아니고 향후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심의절차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