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떠나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기세가 매섭다.
에릭 테임즈(29ㆍNC 다이노스)는 11일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차례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고, 에스밀 로저스(30ㆍ한화 이글스)는 데뷔 첫 2경기 연속 완투승을 이뤘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한국으로 건너와 무서운 활약을 펼친다는 점이다.
에릭 테임즈는 201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는 트리플A를 오가며 메이저리그 통산 158경기 동안 타율 0.250(633타수ㆍ158안타) 21홈런 OPS 0.727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기준(13일)으로 타율은 115위, OPS는 92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테임즈는 준수한 타격 수치를 기록했지만, 메이저리그에 안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4시즌부터 NC 다이노스에서 무서운 타격감을 폭발시킨 테임즈는 올해 KBO리그에 완벽히 적응해 100경기 동안 타율 0.387(341타수ㆍ132안타) 37홈런 29도루 OPS 1.327로 활약 중이다. KBO리그 역대 5명밖에 이루지 못한 30홈런 30도루 달성을 앞두고 있고, 40홈런 40도루 달성도 노린다.
올해 6월까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던 로저스도 KBO리그에서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를 이끌 예정이다. 로저스는 6월 13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 구원투수로 나서 2이닝 5피안타 4실점 1자책점을 기록하고 7월 22일 트리플A로 내려갔다. 그는 통산 210경기 454이닝을 소화하며 19승 22패 평균자책점 5.59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쳤다. 로저스는 뉴욕 양키스에서 영웅이 되지 못했지만, 한화와 연봉 70만 달러에 계약하며 구세주가 됐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수비력과 타격을 선보이는 한화에 로저스가 2차례 보여준 믿음직한 투구는 팬의 기대감을 높였다.
KBO리그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두 선수의 활약은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의 격차를 느끼게 했다. 대체로 KBO리그의 수준은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 사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더스틴 니퍼트(34ㆍ두산 베어스), 야마이코 나바로(28ㆍ삼성 라이온즈) 등의 선수도 메이저리그를 떠나 한국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루카스 하렐(30ㆍLG 트윈스)은 올해 연봉 90만 달러에 LG와 계약하며 팬의 기대감을 높였다. 루카스는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193.2이닝 11승11패 평균자책점 3.76의 성적을 기록했다. 점차 기량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야구팬은 루카스가 KBO리그에서 맞이할 제2의 전성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올해 24경기 동안 118이닝을 소화하며 6승 8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하며 팬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브래드 스나이더(33ㆍ넥센 히어로즈)와 앤서니 스와잭(30ㆍ두산 베어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했어도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은 선수의 적응 문제다. NC 관계자는 “테임즈를 데려오는 것은 도박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동안 약점이 분명히 드러났었다”라며 “하지만 테임즈는 KBO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는 모두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적응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정호는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이며 KBO리그 타자들의 자존심을 세웠다. 그는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시즌 타율 0.356(418타수ㆍ103안타) 40홈런 OPS 1.198을 기록한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강정호는 첫 시즌부터 규정타석에 진입해 타율 0.296(307타수 91안타) 9홈런 OPS 0.830을 기록했다. 그는 1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멀티히트를 터트리며 6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