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아시아인들의 원정출산을 비판하자 경선 라이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즉각 아시아인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며 부시 전 주지사를 비난했다. 이를 두고 멕시코인 부인을 둔 부시 전 주지사가 원정출산 문제를 비판한 것이나, 이민정책에 가장 강경한 트럼프가 아시아인을 엄호하는 듯한 상황 모두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시 전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텍사스 주의 멕시코 국경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AP,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최근에 내가 말한 ‘앵커 베이비’는 조직적인 사기를 지적한 것”이라며 “출생 시민권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이 중남미인들보다 이와 더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25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젭의 발언으로 아시아인들이 매우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면서 “자신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단어 ‘앵커 베이비’라는 말을 썼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부시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아시아인들을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앵커 베이비’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시민권을 얻은 아기를 뜻한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미국 원정출산과 연결되는 말이기도 하며 특히 중남미에서 건너온 미등록 이민자 계층을 전체적으로 비방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에 앞서 부시 전 주지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앵커 베이비’를 거론했다가 클린턴 전 장관, 이민자 시민권 운동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부시 전 주지사는 원정 출산 등 시민권 악용 사례에는 반대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수정헌법 14조는 옹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이슈로 떠오른 현행 ‘출생 시민권’ 제도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셈이다.
내년 대권 도전자 가운데 출생 시민권 제도에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주자는 트럼프다. 그는 한해에 30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난다며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기를 낳는 미등록 이주민 가운데 아시아인이 36%로 가장 많으며 중남미인이 31%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