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용팔이' 9회는 한 편의 PPL 드라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일 오후 10시 방송된 SBS '용팔이'는 주원과 김태희의 러브라인과 노골적인 PPL에 초점이 맞춰졌다. 따라서 기존에 주원이 활약하던 모습을 상상한 시청자들은 로맨스가 주된 내용이 되자 지루하게 느꼈을 지도 모른다. 또한, 드라마 곳곳에 PPL을 배치, 극의 몰입을 떨어뜨려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
유독 '용팔이' 9회에 PPL 논란이 거셌던 것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이 컸다는 증거고, 한편으로는 제작진이 PPL을 세련되게 녹여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자들이 '용팔이' 9회를 보고 느꼈던 실망과 분노는 상상 이상이다. '용팔이' PPL과 관련된 기사는 30여개 남짓이다. 댓글은 수천여개로 대부분 과도한 PPL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 극중 김태현(주원)은 한여진(김태희)의 발을 잡고 마사지를 했다. "당신하고 있음 어디라도 좋아, 당신은"이라고 말하는 김태현을 바라본 한여진도 "나도"라며 응수했다. 달콤했다. 하지만 이후 김태현은 "핸드폰 좀 줘봐, 방 좀 알아보게"라고 말했고, 부동산 관련 앱을 켰다. 화면에는 '방구할 때 직방'이라고 뜬다. 한술 더 떠서 김태현은 어플에 있는 내용을 검색하고 "이 방이 좋겠다"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75만원인 논현동 오피스텔을 보여줬다. 방 관련 사진도 공개하면서 노골적으로 PPL를 했다.
또한, 물 광고도 나왔다. 성당 앞 벤치에서 김태희가 물을 마셨다. 그가 마신 물병이 클로즈업되면서 브랜드 이름이 나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태현이 성당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아저씨가 쏜다"라며 음식을 대접했다. 우리가 흔히 예상하던 음식과는 사뭇 다르다. 김태현이 대접한 음식은 죽이었다. 김태희는 비빔밥을 맛있게 비벼 먹었다. 이 모두가 '용팔이' 제작을 지원하는 업체의 PPL이었던 것이다.
주원의 연기도 어색함의 극치였다. 김태희와 애정신을 연기할 때, 둘은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경직되고 어색한 모습이 그대로 비춰졌다. '용팔이' 8부까지 연기로 날고 기던 주원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런 실망감이 겹치면서 '용팔이' 9부 시청률은 17.0%로 지난 8월 27일 방송분보다 3.5%로 하락했다.
물론 드라마 제작에서 PPL은 당연하다. 한정된 제작비에 컬리티 높은 드라마를 만들려는 제작진의 욕심도 이해된다. 제작비의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업체에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주려는 것도 일리있다. 하지만 개연성 없는 PPL에 시청자들이 반감을 갖는게 이상한걸까? 그 보다는 자연스럽게 PPL를 녹여내, 시청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세련됐다고 본다. 시청자들은 PPL 드라마를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단편적으로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용팔이' 9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은 믿음 만큼이나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