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돌고래호 전복사고로 본 국회와 해경

입력 2015-09-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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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최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사고로 18명이 사망·실종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 사고와 공통점을 보여 국민을 더 안타깝게 했다. 돌고래호 전복 사고는 해경의 초기대응 미숙과 안전 불감증 등 대형 재난 사고의 원인을 그대로 답습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

물론 이러한 재난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재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인명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높으신 양반들은 이번 사고를 ‘제2의 세월호 참사’라며 국정감사 때 본격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해경도 이번 사고 초기대응 미흡이 악천후와 표류 선박 예측시스템의 문제, 허위 탑승자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아무도 자신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먼저 이번 돌고래호 전복 사고는 승객들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 국회는 정부의 안전 대책 미비에 대한 질타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이번 국감에서 서슬퍼런 칼을 휘두르겠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발 빠르게 지난 7일 안행위·농해수위 위원들이 참여하는 ‘추자도 돌고래호 전복사고 진상조사단’(가칭)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높으신 양반들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이미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에 국회에 제출한 ‘낚시 관리 및 육성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이다. 국회 상임위에서 검토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특별히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도 없고 이권단체가 나선 정황도 없고 그냥 이 법안은 상임위에서 한 번도 검토되지 않은 채 낮잠만 자고 있다. 낚시어선 승객의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 법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자신의 책무를 하지 않은 높으신 양반들의 반성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이 본연의 업무인 해양 영토 안전 지킴이 의무를 등한시한 채 수사 기능만 키우는 기형적 조직을 이뤄 사태를 악화시켰던 점과 뭐가 다를까.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입법 기능은 무시한 채 정부 감시와 당파에 눈먼 모습은 해경 해체 전의 모습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돌고래호 전복 사고가 제2의 세월호 참사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닮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해일까.

해경이 세월호 참사로 해체된 후 국민안전처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수사권이라는 잿밥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경이 경찰청에서 국민안전처로 옮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올 4월 말까지 해양 관련 사건 처리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나 증가했다고 한다. 해경은 수사 활성화를 통해 세월호 이후 패배주의에 젖은 내부 조직 기강 다잡기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돌고래호 전복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선장 김철수씨는 “배가 항해를 하면 무선통신이 해경과 연결돼 반드시 구조하러 온다”고 승객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선장 김씨가 끝까지 해경이 올 것으로 믿었던 것은 선박 사고 가능성을 알 수 있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장 김씨의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VTS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해경은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회와 해경이 본연의 모습을 잃은 채 잿밥에만 관심을 둔다면 이러한 대형 인명 피해 사고는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현재 낚시객 증가로 낚시어선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다. 낚시객 중 대어를 잡으려고 어떤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어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개인 안전 불감증을 없애지 않는 한 제2의 돌고래호 전복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 있다. 그때마다 인명 피해를 키우지 않으려면 국회와 해경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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