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별명은 불도저다. 치열하게 고민한 뒤 옳다고 판단되면 무섭게 밀어붙인다. 취임 당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라는 이유로 관치금융 의혹이 일었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직원들에게 공언한 임기 내 민영화 달성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간 민영화에 집중하겠다는 ‘24·365 프로젝트’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의 의지는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연초 이 행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강원도 양양에서 밤샘 워크숍을 진행했다.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가 끝난 뒤 그는 해안도로를 따라 하조대로 이동했다. 그리고 외투를 벗어 던지고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얼음이 낄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이 행장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그의 진심을 느낀 임직원들이 이 행장을 따라 하나, 둘 바닷물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솔선수범 리더십이 적중한 것일까. 이 행장과 임직원들은 끈끈한 단결력을 바탕으로 ‘4전 5기’ 우리은행 매각에 과점(寡占) 주주 방안을 더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행장은 형식에 연연하지 않는다. 옳다고 판단한 일에는 부서, 스펙을 가리지 않는다. 그가 가진 하나의 소통 방법이다.
이 행장은 2012년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으로 있으면서 ‘뱅크 2.0’이란 책을 읽고 핀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혀 관련없는 부서인 스마트금융부 직원들을 소집해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다. 은행이 가야 할 길이 핀테크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님은 모든 일에 솔선수범한다”며 “하나하나 섬세하게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판단되면 부서, 스펙을 따지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따르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화만 들으면 ‘야인’(野人)인듯 하지만 사실 이 행장은 충청남도 ‘양반’이다.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40여년 가까이 줄곧 금융권에 몸 담았다. 전형적인 ‘은행맨’ 코스다.
조용한 성격인데다 워낙 실무에 밝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이 행장을 다소 어려워한다. 물론 이 행장도 이를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CEO와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를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직원들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려 노력한다.
취임 초 영선반보(領先半步·성공하려면 항상 반걸음 앞서 나가자는 뜻)를 외치며 직원들을 독려했던 이 행장은 이제 역진필기(力進必起·힘 있게 나가면 반드시 성취한다는 뜻)를 외친다. 목표는 여전히 민영화 달성이다.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이 행장은 오늘도 치열한 고민을 통해 민영화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