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연예인들, 책을 쓰다! 왜?[배국남의 대중문화 읽기]

입력 2015-10-0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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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잘가요 언덕'' 오늘예보'를 출간한 차인표.(사진=뉴시스)

“제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 주위에서 책 쓰는 것을 권했지만, 저술은 작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해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시간이 흘러 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써봤는데 제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됐어요. 책 쓰는 것이 저의 삶을 더 알차게 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고요.” ‘너를 보며 살고 싶다’‘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얘들아, 힘들면 연락해’등 에세이, 소설, 요리책 등 8권의 책을 쓴 중견 연기자 김수미(64)가 밝힌 책 쓴 배경과 책 쓰기의 긍정적 영향이다.

요즘 김수미처럼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책을 쓰는 연예인들은 빅뱅, 구하라 등 젊은 아이돌가수부터 최불암, 김혜자를 비롯한 원로 연예인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쓰는 책도 요리를 비롯한 좋아하는 취미나 사회 활동과 관련한 에세이, 연예인 삶과 생활을 담은 수필집, 연예인과 밀접한 뷰티와 패션 정보서,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과거에는 대필 작가에게 의뢰해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는 원고 쓰는 일부터 사진, 삽화 등 직접 작업하는 연예인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불암 김수미 김혜자 등 중장년 연예인에서부터 김병만 하정우 유준상 빅뱅에 이르기까지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책은 연예인의 삶과 생활, 일상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연예인들은 에세이를 통해 연예인의 삶과 생활, 연예인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인생의 교훈이나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최불암의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에는 배우 입문에서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어려움,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30만 부가 넘게 팔린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전 세계 기아 현장과 빈민 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의 느낌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해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이 사랑 나눔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역할도 했다. 김수미의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는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극복할 방법을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이효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유기견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냈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는 유준상은 최근 펴낸 에세이집 ‘행복의 발명’을 통해 20년 배우로서의 소소한 삶을 그렸고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는 연기자 김여진은 에세이집‘연애’에 사회운동을 했던 대학 시절부터 2011년 홍익대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해고사태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기록, 배우로서 겪었던 일과 사랑을 담았다. 스타 하정우는 연기에 대한 단상과 연기자의 길을 먼저 걸었던 아버지 김용건을 비롯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하정우, 느낌 있다’를 펴냈다. 개그맨 김병만은 자전적 에세이집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통해 어려운 집안 형편과 기나긴 무명생활을 딛고 달인으로 우뚝 서기까지 과정을 담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요즘 10~30대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부제, ‘꿈으로의 질주, 빅뱅 13,140일의 도전’이 알려주듯 연습생부터 데뷔해 스타가 되기까지 과정을 멤버별로 진솔하게 담아 학부모와 청소년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미자, 장미희, 김미화, 서갑숙, 패티김, 조영남 등도 자신의 일상과 연예 활동과 관련한 수필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병만은“제가 힘들게 살았고 어렵게 연예인이 됐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습니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용기를 주고 싶어 책을 썼어요”라고 책 쓴 이유를 말한다.

▲피부에 대한 것과 연기인생, 자연인으로서 삶을 담은 '고현정의 결'.(사진=뉴시스)

연예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인 패션, 뷰티, 다이어트에 관련된 연예인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현정이 쓴 ‘고현정의 결’은 연기자로서 삶과 생활 그리고 여성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피부 관리에 대한 다양한 요령 등이 담겨 있다. 뷰티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는 연기자 유진의 ‘유진’s 뷰티 시크릿’과 연기자 박수진의 ‘뷰티 테라피’, 연기자 이혜영의 ‘패션바이블’, 가수 옥주현의 ‘옥주현처럼 예뻐지는 다이어트 요가’등이 대표적이다. 카라 멤버 구하라의 네일북 ‘네일하라’, 소녀시대 효연의 패션 스타일에 관련된 ‘효 스타일(HYO STYLE)’등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연예인 뷰티, 패션 관련 서적이다.

연예인들이 많이 쓰는 책은 바로 자신이 하는 취미 생활이나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에 대한 것들이다. 취미를 넘어 그림 그리기가 직업이 된 가수 조영남은 미술 관련 책을 연달아내고 있다. 조영남은‘조영남의 사랑과 예술이야기’‘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등을 통해 미술과 그림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탤런트 김호진은 ‘요리하는 배우 김호진의 오픈키친’을 출간해 화제가 됐으며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하희라, 진미령, 류시원 등도 요리책을 냈다. 가구 만들기가 전문가 수준인 탤런트 이천희는 최근 출간한‘가구 만드는 남자’에 가구 만드는 법부터 가구 만들기가 삶에 활력소를 주는 이유 등을 담았다.

▲김병만은 어려운 생활속에서 예능인으로 자리잡기까지 과정을 담은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펴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뉴시스)

유기견 보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리는 최근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가까이’를 펴냈는데 이 책에는 이효리의 사진과 함께 그가 키우는 동물들과 유기견 보호소의 현실, 모피 동물들의 고통이 담겨있다. 재테크를 잘하기로 유명한 방송인 현영은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를 출간했는데 15만 부가 팔리는 열기를 연출했다.

또한, 연예인들이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담은 인터뷰집도 속속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여성과 주부의 삶에 관심이 많은 박경림은 여성으로, 그리고 엄마와 아내로 성공한 여성들의 인터뷰집 ‘엄마의 꿈’을 펴냈고 방송인 김제동은 시인 김용택, 소설가 조정래, 홍명보전축구대표감독 등 25명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에세이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를 출간했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쓰는 책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문성과 높은 글쓰기의 수준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소설이다. 가수 이적의 ‘지문사냥꾼’, 타블로의 ‘당신의 조각’, 차인표의 ‘잘가요 언덕’‘오늘 예보’, 구혜선의 ‘탱고’등은 바로 연예인들이 쓴 대표적인 소설들이다. 이들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차이가 있지만 3만~1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패션으로서의 문학’이라는 글을 통해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제공하는 글쓰기다. 상품으로서의 문학, 연예인 소설의 동시대적 의미는 상품성이 출판의 중요한 잣대가 된 현실, 그리고 팬시한 상품으로서 소설을 선택하는 독자의 경향이 만들어 낸 시대적 산물이다”고 분석했지만 연예인이 쓴 소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정다정씨(43)는 “차인표씨가 쓴 ‘오늘 예보’를 봤는데 ‘자살은 삶의 목록에 없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소설을 통해 잘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내는 책에 대해 유명성과 인지도만을 내세운 마케팅용으로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 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진솔한 이야기이고 접해보기 힘든 내용인 데다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주류여서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많다.

책을 내는 연예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책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에 삶을 열심히 살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도 책쓰기를 권하는 최불암.

최불암 김수미 조영남 등 책을 3~20권을 낸 중장년 연예인들은 사람들, 특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신중년 세대에게 책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책을 쓰게 되면 지나온 인생 1막을 정리하게 되고 앞으로 살 인생 2막에선 오류를 줄이면서 가치 있게 사는 길을 찾게 된다”고 말하면서. 조영남은 책을 쓰게 되면 여생이 훨씬 가치 있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취미와 사회활동에 대한 책을 쓴 젊은 연예인들은 “자신이 하는 취미생활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책을 쓰게 되면 직장에서 얻지 못한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되고 직업 이외의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어 삶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책 쓰기를 권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10월호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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