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기술의 발전’ 만큼 준비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발전’

입력 2015-10-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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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 LG전자 TV시장상품기획실 부장

바야흐로 OLED TV의 시대가 왔다. 이달 초 열린 IFA 2015에서 보여줬던 세계 디스플레이의 주제는 ‘OLED’와 ‘HDR’였다. LG가 이끌고 있는 OLED 시장에서 중국업체들뿐 아니라 일본 TV의 강자인 파나소닉이 새로운 OLED TV(CZ 시리즈)를 들고 나왔고, 터키 최대 TV 제조업체인 베스텔도 OLED를 내놓으며 새로운 TV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렸다.

2000년대 초 중반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젝션TV가 대형 TV 시대의 서막을 알렸고, PDP와 LCD가 소위 평판TV라고 하는 새로운 폼팩터를 들고 나오면서 TV 시장은 빠르게 변화했다. 당시 초중고 교육시장에서는 교단 선진화 바람이 불면서 교실마다 PDP TV를 설치했고, 박물관,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도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속속 도입했다. 민간 B2B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모텔-호텔 등 숙박시설들에서도 PDP LCD 등 평판 TV들을 갖추지 않으면 격이 떨어진다며 손님들이 외면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여행과 관련한 TV 프로그램의 열풍에 힘입어 국내 명소마다 생겨난 펜션에서도 고급스런 이미지를 위해 평판 TV들이 필수가 됐다.

TV 시장의 변화는 순식간이다. 당시 영업 현장에서 TV 시장의 엄청난 변화를 직접 목격한 필자로서는 OLED TV로 넘어가는 시장의 속도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달 및 공공시장, 숙박업소 등 전통적인 B2B 시장 외에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B2B 시장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필요하다. 요즘 들어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요리’라는 주제로 보면 레스토랑, 요리학교, 세계 요리대회 등 많은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색을 표현하는 OLED TV의 장점에도 잘 부합한다.

시장은 문화에 따라 만들어 갈 수 있다. 처음 평면 TV가 등장했을 때도 ‘TV를 놓는다’라는 물리적 제약을 벗어났기 때문에 벽에 걸고, 지지대에 매달아 다니고, 천장에도 붙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앞으로 OLED TV는 벽에 붙이는 TV, 휘어진 TV 등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 나간다고 한다. 평판 TV 시장 때보다 더 파격적인 문화의 변화를 맞이할 기회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빠르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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