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본격적인 공방이 늦춰질 전망이다. 경남기업 횡령사건과 관련된 녹음파일 등에 대한 증거 채택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는 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과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경남기업 횡령사건의 증거목록 중에는 성 전 회장과 한장섭 전 부사장이 회사자금 사용처를 이야기하면서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언급한 녹음파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경남기업 횡령사건 수사자료 일부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홍 지사 측 변호인의 신청에 대해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변호인이 열람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40여건의 수사기록은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확인하면 필요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 내부보고 문건을 보겠다는 게 아니라 한 전 부사장, 박준호 전 상무 등 경남기업 관련 핵심 인물들이 검찰 수사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는지, 시기 별로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맞섰다.
양측의 의견을 취합한 재판부는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은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이지 증거능력의 문제는 아니므로 현재까지 수사가 이뤄진 문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전부 공개하는 방향으로 해달라"며 홍 지사 측의 문서 송부 촉탁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편 홍 지사와 함께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의 재판은 9월초 준비절차를 종결하고 본격적인 재판에 접어들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판 진행속도가 더딘 홍 지사의 재판은 홍 지사가 현직이라 배려받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재판부는 다음 준비기일을 잡으면서 "지난 8월 2차 준비기일을 진행한 이후 여유를 두고 다음 준비기일을 잡은 것은 검찰과 변호인 간의 충분한 의견 조율을 거쳐 문제가 해결됐으면 해서였는데, 여전히 증거 채택여부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다음 준비기일은 최대한 빨리 잡아 속도를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차례 더 준비기일로 열리는 다음 기일은 오는 2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홍 전 지사는 2011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707호 홍준표 의원실에 방문한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