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통 서비스가 도약을 시도한다. 균일화된 가격에 묶여 천편일률적으로 운행돼 온 택시와 고속버스 서비스가 공교롭게도 올 10월을 분기점으로 제대로 ‘고급져진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0일부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고급 카카오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 을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서울택시조합과 서비스 전문 운영사 하이엔, 카카오가 업무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카카오블랙 서비스는 출시일까지 차종, 요금, 결제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최고급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방침은 분명하다.
우선 카카오택시 블랙 차량은 벤츠ㆍBMW 등 배기량 2800CC 이상의 고가 외제차량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또 외관은 일반 승용차와 구별이 어렵게 요금 미터기나 결제 기기, 차량 외부 택시 표시 등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고급화 전략은 하드웨어인 차종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인 승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전문 의전(儀典)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홍선영 카카오 매니저는 “주로 기업에서 내빈 수행, 고소득 비즈니스맨의 이동, 연인들의 이벤트 등의 목적으로 카카오택시 블랙이 주로 이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달부터 여객기 일등석처럼 좌석마다 칸막이와 모니터를 설치하고 기존 우등버스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고속버스 도입이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운행거리가 200㎞ 이상인 장거리 구간이나 심야운행에 한정해 좌석을 21석 이하(일반버스 좌석은 45석·우등버스는 28석)로 만든 ‘고급형고속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요율 등 조정요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서울∼부산, 서울∼광주노선 등에 시범 운영된다.
이렇게 ‘시민의 발’이라는 이유로 장기간 저렴한 가격에 묶여있던 교통 서비스가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발전 기조에 맞춰 본격적인 고급 행보에 들어섰다.
강상욱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요일 밤이나 연말에는 택시비를 만원 더 주고라도 빠르고 안전하게 귀가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경험은 상당수가 겪어봤을 것”이라며 “고급 교통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법과 제도가 60년대식에 머물러 서비스 개선이 지체됐지만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제주항공ㆍ진에어ㆍ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LCC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의 70% 이하의 낮은 운임으로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다. 국토부에 따르면 5대 LCC 항공사의 국제 승객 분담률은 2011년 상반기 3.6%에서 올 상반기 13.2%로 급증했다.
이는 택시, 고속버스 교통서비스 부분에서는 기존에 고급 서비스 제공이 부족했던 것과 달리 항공 부문에서는 고급 서비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즉 교통서비스의 스펙트럼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