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2차전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번 대상은 ▲워커힐(SK네트웍스) 서울 면세점(11월 16일 만료)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12월 22일) ▲롯데면세점 서울 롯데월드점(잠실점·12월 31일) ▲신세계 부산 면세점 (12월 15일) 등 4곳이다.
최대 강자 롯데는 자사의 서울 2곳을 수성(守城), 신세계는 부산점을 수성하고 서울 3곳을 공격, 두산은 서울 3곳을 공성(攻城), SK는 서울점 수성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롯데와 두산은 이미 면세점 쟁취 플랜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으며 SK도 조만간 수성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지난 여름 서울지역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이미 서울 명동의 신세계 본점 명품관을 후보지로 정한 비전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은 지난달 25일 이들 4개 기업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았으며 해당 서류를 자세히 검증한 뒤 다음 달 초 특허심사위원회를 꾸려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두산은 총수까지 발 벗고 나서는 등 입찰 참여 기업들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판세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롯데 잠실점과 SK 워커힐점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경영권 후폭풍' 롯데, 절박한 수성
두달 가까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롯데는 마음이 급하다.
롯데 개혁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과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서도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롯데월드점 수성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이 호텔롯데에 속해 있어 수성에 실패하면 호텔롯데 주가가 급락,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나섰다.
신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롯데면세점이 앞으로 5년동안 사회공헌 분야에 1500억원을 투자할 것이고 앞으로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롯데는 지난 35년간 면세업을 해오면서 재입찰에 신경써본 적이 없었으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신 회장의 이런 행보에 롯데의 절박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롯데는 오랜 기간 면세사업을 운영해온 장점이 있으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나온 '친일기업 논란'과 '독과점 이슈'라는 두가지 약점이 있다.
롯데는 예전보다 큰 사회공헌 보따리를 펼쳐보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기업이라는 이미지로 두 가지 약점을 극복하려 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면세점 입찰 국면에서 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을 지핀 상태다. 총점 1천점인 관세청의 면세점 재입찰 선정 평가 점수 가운데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이 가장 큰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소송이 가열돼 '반(反) 롯데 정서'가 다시 불거질 경우 롯데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4일 광윤사(고준샤·光潤社)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이사에서 해임되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질 경우 롯데그룹의 중국사업 실패 여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력과 경영능력에 대한 도전이 재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처분 신청의 첫 심리는 오는 28일 진행된다.
독과점 논란도 여전히 폭발력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의 시장점유율은 60.5%에 달한다.'
◇ 두산, 동대문 카드 통할까…운영능력 '의문부호'
면세점 사업 신규 진입을 노리는 두산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면세점 영업익 10%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5년 특허기간에 약 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하는데 10%인 500억원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두산은 자사의 두타면세점을 한국 패션과 한류 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게 면세점 계획의 기본 그림이다. 이를 통해 동대문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두산은 이번 입찰 참여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물류센터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면세점 운영에 필수적인 보세관리 역량이나 브랜드 유치력 등이 처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그룹 계열의 두산인프라코어 실적 부진에 직면하자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해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는 관측도 있다. 그룹의 자금 여력으로 볼 때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면세점 사업을 제대로 끌어갈 수 있겠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온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두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회사채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한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패배 트라우마' 신세계, 조심스러운 행보
신세계는 지난여름 신규 면세점 쟁탈전에서의 패배 충격이 커 보인다. 신세계는 부산점을 사수하면서 서울 입성을 노리면서도 신중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신세계백화점 1호점을 통째로 면세점 후보지로 내건 신세계그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면세점 명동타운'을 강조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 부근에 신세계 면세점을 내면 기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시너지를 명동 전체가 면세타운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주변 상권과의 동반 성장, 도심 관광 개발을 통한 신규 관광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운영주체인 신세계디에프는 CJ E&M이 손잡고 서울 명동과 남대문 지역을 잇는 '한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협약도 맺었다.
그러나 신세계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신세계 본점 명품관의 면세점화로 인한 명동 교통난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워커힐 면세점 유지에 사활 건 SK
SK네트웍스 역시 지난번 서울 신규 면세점 확보에서 실패한 이후 의기소침했으나, 최근 최태원 SK그롭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워커힐 면세점 사수에도 활력을 더하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카 라이프, 패션, 면세점을 그룹의 3대 신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기존 워커힐점 이외에 동대문 케레스타를 입지로 정하고 면세점 사수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선 SK네트웍스로선 기존 기존 워커힐점의 영업실적과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게 약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은 지난해 평당 매출액이 1억2천11만원으로 동화면세점이나 롯데월드점보다도 낮았고 전체 매출도 27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워커힐면세점은 호텔과 카지노가 연계돼 있다는 차별성과 23년간 운영해 온 노하우를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