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프로세서 효율성 높이는 기술 특허 침해 평결…아이폰6S도 제소된 상태
‘특허공룡’ 애플이 굴욕적인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 특허권 전쟁을 벌여왔던 애플이 이번에는 자신이 특허권을 침해한 혐의로 막대한 돈을 물어주게 됐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위스콘신 주 매디슨 소재 연방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지난 16일 ‘위스콘신대 동문 연구재단(WARF)’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애플은 2억3400만 달러(약 2651억원)를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평결을 내렸다.
애플은 이 건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세부 사항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재판에 참가한 한 변호사는 항소로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18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위스콘신대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특허를 1998년에 취득했으며 지난해 1월 애플이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그동안 세계를 무대로 삼성 등과 무더기 특허소송을 벌여 대부분 승소해왔지만 이번 소송에는 패배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소송 대상이 된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5S와 아이폰6 시리즈와 일부 아이패드 모델이다. 대학은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6S와 6S플러스에 대해서도 같은 특허 침해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건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애플은 제품에 탑재된 프로세서 기술은 자사가 보유한 특허에 이미 포함이 됐으며 위스콘신대 특허는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배심원이 특허 침해 판단을 내린 후 애플은 제품당 7센트, 총 1000만 달러를 내겠다고 주장한 반면 대학 측은 1대당 2.74달러, 총액 4억 달러 지불을 요구했다. 배상금 규모를 보면 배심원단이 대학 측의 주장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인정했다고 평가된다.
위스콘신대는 이번 소송과 관련된 기술로 지난 2008년에도 인텔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양측은 1년 만에 화해했다.
해당 기술 개발에 참여했던 위스콘신대 구린다르 소히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시대를 앞서갔다고 믿는다”며 “20년 전 우리는 오늘날 컴퓨터가 작동되는 데 필요한 기술이 무엇일지 예측하고 11년이 넘는 시간을 개발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WARF는 설립한 지 90년이 된 재단으로, 위스콘신대가 개발한 기술들을 상용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위스콘신대는 IT와 제약 등 여러 분야에서 특허 라이선스로 지난 2012~2014년 1억7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은 그동안 지적재산권 특허분쟁과 관련해 라이선스를 되도록 빨리 받고자 합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재판에 들어가면 대부분 승소했다.
한편 미국 대학기술관리자협회(AUTM)는 지난해 나온 965개의 신제품이 미국 대학들이 개발한 특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