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이른바 '맞춤형 보육제도'를 추진하면서 어린이집이 전업주부 아동을 받기를 꺼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업주부 아동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맞춤형 보육은 전업주부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무상이용 시간을 7시간 안팎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업주부 아동을 받는 어린이집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사실상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아이와 부모가 보육 필요에 맞게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맞춤형 보육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맞춤형 보육은 장시간 무상 보육이 필요하면 종일반(12시간)과 시간연장보육(야간, 휴일보육)을 고르고, 그렇지 않으면 맞춤반(하루 6~8시간)을 이용하도록 제한하되, 규정시간을 넘겨 추가로 이용하면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0~2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가 아동을 되도록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키우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다만, 부모가 병을 앓거나 병원·학교를 방문하는 등 특별히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하는 사유가 생겼을 때는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부모취업·구직·직업훈련·장애·질병 등의 사유가 있는 가구와 다자녀 가구, 저소득층 가구 등에 종일반을 우선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맞춤형 보육체계로 보육시스템을 고치면서 맞춤반의 보육단가를 일률적으로 종일반의 80%로 정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입장에서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맞춤반 운영으로 정부 지원금이 사실상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은 맞춤반을 선택한 아동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이 지금도 어린이집은 허위로 영유아를 등록해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어린이집은 맞춤형 보육 도입으로 줄어들지 모를 수입을 보충하고자 맞춤반 아동을 종일반 아동으로 허위 등록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려했다.
게다가 맞춤형 보육 도입으로 민간 어린이집 등은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현재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받지 않는 어린이집(민간, 가정, 부모협동 어린이집)의 보육료 단가는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받는 어린이집(국공립, 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직장, 영아전담·장애아전문 어린이집)의 보육료 단가보다 높다.
민간 어린이집이나 가정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받지 않는 대신 0~2세 아동이나 장애아동을 보육할 때 '기본보육료'를 추가로 지원받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이런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맞춤반의 보육료를 같은 비율(종일반의 80%)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민간 어린이집이나 가정 어린이집이 맞춤반을 운영하면 같은 종일반의 80% 수준으로 깎이긴 하지만 보육료 단가가 높기에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직장 어린이집이 맞춤반을 운용할 때보다 더 많이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추진하는 맞춤형 보육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