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투자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전을 앞두고 벌어진 잇단 악재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임직원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알선 수재와 미공개정보이용으로 처벌대상이 된 데 이어 선물거래 시스템 오류로 투자자의 투서도 날아들었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SESC)는 전 KB투자증권 직원 김모씨에 대해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으로 386만엔(한화 약 3618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지난 2011년 KB투자증권 인수합병(M&A)팀 소속이었던 김씨는 네오위즈게임즈 일본 자회사인 게임온의 공개매수 자문을 맡았다. 그는 공개매수가 발표되기 전인 2011년 9~10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일본 벤처기업 전용시장(마더스)에 상장된 게임온 주식 137주를 사들여 386만6400엔(한화 약 3674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금융당국이 해외 금융당국과 불공정거래에 대해 합동조사를 벌인 것은 물론 내국인이 외국 금융당국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3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은 블록딜 과정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KB투자증권의 김모 투자전략팀장(43)을 구속했다. 김 팀장은 코스닥상장사 A사의 대표가 보유지분을 불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도운 대가로 6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심야에 KB투자증권 전산장애로 선물거래에서 손실을 봤다는 개인투자자가 금융당국에 진상조사와 배상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며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로 발생한 측면이 크고 개개인의 사적 거래까지 조직 차원에서 감시ㆍ감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만 문제가 발생한 만큼 재발방지를 위해 윤리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첫 해외 증권거래소 진상조사 및 처벌이라는 수모에 이어 임직원 구속과 투자자의 항의까지 이어지며 이 같은 문제가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 전체의 ‘내부통제 실패’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조직 규모가 업계 최대 규모로 방대해지는 만큼 이 같은 내부통제 실패 문제가 향후 인수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KB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자본금 규모는 약 4조9000억원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선다. 구조조정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임직원 수는 최대 3500명에 가까워져 현재 530여명 인원 대비 7배가량 증가한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KB투자증권 뿐 아니라 KB금융지주에서 알선·수재로 검찰에 구속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큰 문제인 만큼 회사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