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앞으로 1년간 11조 3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들인 자사주는 모두 소각한다고 합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첫 자사주 매입 규모는 4조 2000억원입니다. 내일(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거둬들일 계획입니다.
이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초 113만원에 머물던 주가가 오늘 오전 137만원대까지 올랐네요. 상승 폭만 5%가 넘습니다. 오후들어 좀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매수세가 몰리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투자자들 고민이 시작됩니다. 주식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은 ‘대중심리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급할 건 없습니다. 마우스를 내려놓고 천천히 이 글을 읽으세요. ‘감’이 오실 겁니다.
우선 자사주 매입 소각이 무슨 뜻인지 알아볼까요. 말 그대로 자사주를 사들여 태운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주식을 HTS에서 매매하죠? 예전에는 종이로 거래했습니다. 태운다는 의미에 ‘소각’이란 단어가 쓰이게 된 배경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물량이 줄어듭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주가는 오르게 되죠. 그러나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만으로 주가가 다 오르진 않습니다. 시원찮은(?) 회사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면 투자자들은 “이참에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소각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추가 장치입니다. 주식을 태우면 총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100주라고 가정해 볼까요. 현재 회사 금고 안에는 10주의 자사주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5주를 태웁니다. 삼성전자의 가치는 그대로지만 총 주식 수는 95주로 줄겠죠.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1주당 가치는 더 커집니다. (깨알 참견, 삼성전자는 이번 금고에 있는 자사주가 아닌 시장에 돌고 있는 주식을 사들여 태우는 겁니다.)
그러나 이 효과가 지속할 수 있을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 합니다. 자사주를 사들일 때 쓰이는 돈은 회사의 운영자금이나 순이익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 돼야 할 자금이기도 하죠.
그래서 일부 전문분가들은 자사주 소각을 ‘오른쪽 주머니서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좀 자세히 살펴볼까요.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100원인 A 회사가 있습니다. 주식수는 10주고요. 당연히 주당가치는 10원이겠죠. 시총은 10원의 현금(유보이윤)과 90원의 미래이윤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1주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한다면 주식 수는 9주로 줄어들죠. 단순히 따지면 주식수가 줄었으니 주가가 오를 것 같아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사주를 사는데 10원의 현금을 썼기 때문이죠. 회사 가치는 변하지 않았는데 돈이 줄었으니 이 회사의 시총도 90원이 됩니다.
미국의 야구영웅 요기베라 아십니까.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명언을 남겼죠. 유명한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요. 한날 요기베라가 레스토랑에 갔는데 웨이터가 “피자를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고 물었답니다. 이에 그는 “8개는 배가 너무 부르니 4개로 잘라 주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어떻게 잘라도 피자 한판의 크기는 같다는 걸 농담으로 받아 친거죠.
자사주 소각도 똑같습니다. 주식 수 보다 더 중요한건 회사의 가치입니다. 성장성 말입니다.
오늘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죠. 영업이익이 7조 930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82%나 늘었네요. 반도체 부문 매출호조가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4분기 애플의 ‘아이폰6S’ 공격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가 관건이죠.
이제 감이 오시나요. 삼성전자의 피자 크기, 더 커질 거라고 보십니까? 토핑이 더 풍성해질 거라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지금 주식을 사셔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의심이 드신다면 HTS를 끄세요. 그게 돈 버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