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작업대 5cm 높이고 넥타이·벨트 전용수납도
여성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 온 부엌과 드레스룸이 남심을 움직으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부엌에 있는 시간은 더욱 늘리고, 그루밍족(패션과 뷰티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의 욕구는 더 자극하는 아파트 설계가 늘고 있다.
◇‘요섹남’·설거지하는 남편 잡아라 = 롯데건설은 최근 드림키친이라는 신개념 요리 공간을 선보였다. 여성의 평균 키가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주방 작업대의 높이가 남자에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일반형은 물론 5㎝ 더 높은 작업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주방은 여성의 공간이라는 그동안의 사고를 깨고 신체적 혹은 시대적 변화에 맞춘, 그야말로 트렌드 맞춤형 설계다. 롯데건설은 요리하는 남자들의 넉넉한 수납이 가능하도록 하부장 걸레받이를 5㎝ 낮게 설계, 내부 공간을 더 넓혔다. 프라이팬 전용 수납장, 대형 인출망장, 다용도 걸이를 적용해 남자들의 정리·정돈을 더 쉽게 했다.
주방 내 창고인 팬트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드림 스토리지’도 선보였다. 드림 스토리지는 주방에 인접해 설치되는 멀티팬트리 공간으로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물품 수납을 위해 벽 부분에 탈착과 높이 조절이 가능해 이동설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선반이 적용된다.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 이정민 인테리어 팀장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다양한 고객의 삶을 담은 신개념 주방과 드레스룸을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루밍족을 자극해라 = 남성들을 위한 설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안방 크기를 기존보다 0.5베이(bay) 정도 확대하고, 드레스룸으로 조성하는 공간을 두 개로 나눠 남편과 아내를 위한 별도의 드레스룸 설계도 등장했다. 부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공간의 효율성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다. 특히 남자를 위한 드레스룸은 서서 거울을 볼 수 있는 스탠딩 화장대와 시스템선반, 스페이스월 등이 설치된다. 넥타이, 벨트 등 남성 액세서리와 화장품 등을 한 공간에 놓을 수 있어 의류와 액세서리 착용, 간단한 스킨케어까지 한번에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부부도 각자 취향과 개성을 살리는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이처럼 남자의 위한 드레스룸 조성은 지난해 포스코 ‘갈매 더샵 나인힐스’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여성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드레스룸에 남성을 위한 전용 수납장 ‘미스터 파우더장’을 배치,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를 재빠르게 반영했다. 미스터 파우더장에는 넥타이와 벨트 등 남성 액세서리와 남성 화장품, 모바일 제품 충전 및 거치가 가능한 공간까지 구성해 꾸미는 남자들의 동선과 더 꾸미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남성들을 위한 집의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책 읽는 남성들을 위해 안방 한 쪽에 가벽을 설치, 또 하나의 독립된 공간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 공간은 좁지도 않아 서재는 물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골프나 낚시, 자전거 등 스포츠와 외부 활동을 즐기는 남편들이 대형 용품들을 수납하는 대형 공간도 조성되는 추세다.
이정민 롯데건설디자인연구소 인테리어 팀장은 “남자와 여자의 생활방식과 역할이 고정적인 시대가 지났듯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 고객의 요구 사항도 세심하고 정확하게 반영시킬 필요를 느꼈다”며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된 집에 살기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공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해석하고 실용성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