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의 승부욕이 한국의 9회 짜릿한 역전 승리를 이끌었다. 이 순간 만큼은 오재원의 박수도, ‘배트플립’도 즐거움을 줬다.
오재원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연맹(WBSC) 프리미어 12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9회 초 대타로 출전, 역전의 시작을 알리는 안타를 쳐냈다.
0-3으로 끌려가던 9회 한국의 마지막 공격 기회. 오재원은 양의지 대신 배트를 잡았다. 개막전에서 노리모토를 상대로 대타 안타를 때려낸 경험이 있던 오재원은 이날도 독기를 품고 타석에 들어섰다.
노리모토의 초구 바깥쪽 변화구를 침착하게 지켜본 뒤 2구에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지만 허공을 갈랐다. 이후 낮게 깔린 구속 154km 패스트볼을 거른 오재원의 4번째 스윙도 안타로 이어지지 않았다. 2볼 2스트라이크로 불리해진 상황. 오재원은 장갑을 다시 끼며 심호흡을 크게 했다. 타석에 다시 들어선 오재원은 노리모토의 5구째 변화구를 밀어냈고,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갈랐다. 1루로 출루해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오재원의 모습에 한국 타자들의 사기가 올랐다.
평소 오재원의 세리모니는 야구팬을 자극하곤 했지만, 이날 만은 예외였다. 9회까지 1안타로 답답했던 야구팬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적시타’가 터졌다. 한국은 오재원의 안타 이후 손아섭, 정근우가 힘을 더해 1점 따라갔다. 이어 이용규가 만루 찬스를 만들고,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 더 만회했다. 이후 이대호의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 4-3 짜릿한 역전을 이뤄냈다.
박병호, 민병헌, 황재균의 타석이 지나고 2사 만루, 다시 오재원이 타석에 올랐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오재원은 교체된 마스이 히로토시의 4구째 151km 패스트볼을 걷어올렸다. 오재원은 타격 직후 홈런을 직감한 듯 배트를 집어 던졌다.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면 점수를 8-3으로 만드는 짜릿한 만루홈런. 오재원의 흥분이 담긴 ‘배트플립’은 당연했다. 하지만 뻗어 나가던 공은 아쉽게 담장앞에 떨어 졌고, 중견수가 잡아내며 이닝은 종료됐다.
한편, 한국은 정대현과 이현승이 9회말 일본의 공격을 막아내며 4-3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