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을 앞둔 ‘도리화가’는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다.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도리화가’에 나선 수지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했다. 판소리를 하는 주인공이기에 판소리를 익혀야하고 시대와 운명을 개척하는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연기력으로 살려 내야 했다. 그리고 판소리와 연기가 한 몸처럼 일체감을 드러내며 스크린 너머의 관객에게 캐릭터의 생명력과 연기의 진정성을 전해야했다. “이 가슴으로 진짜가 돼야한다. 그것이 판소리다”라는 극중 신재효의 대사처럼 가슴으로 진짜가 돼야 연기의 진정성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판소리를 소재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선 국악을 전공했던 오정해가 연기 훈련을 받고 주연으로 나서 성공을 거뒀다.
수지는 아이돌 가수이자 연기자다. 수지는 2010년 4인조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대중과 만나며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자로 영역을 확장했다. 영화 ‘건축학 개론’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녀는 드라마 3편, 영화 1편을 한 연기경력이 불과 4년밖에 되지 않는 연기자다. 수지는 대중의 높은 인기와 환호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가창력과 연기력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수지는 분명 CF나 영화 드라마에서 그녀의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를 확대재생산 할 수 있는 편한 캐릭터를 맡아 인기를 고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수지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 연기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도리화가’의 도전이 바로 그렇다. 수지는 “3년 만의 복귀다. 차기작 선택에 고민이 많았다. ‘도리화가’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다. 보고 왠지 모르게 울었다. 판소리라는 소재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됐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분명 판소리 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해도 판소리를 해야 하고 격동의 인생을 연기로 자연스럽게 표출해야하는 ‘도리화가’의 진채선이라는 캐릭터는 판소리를 전혀 모르고 탄탄한 연기력을 갖지 못한 수지에게 큰 도전이자 모험일수 있다. 일부 전문가의 말처럼 “진채선 역은 잘해야 본전인데 소화하기 어려운 배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도리화가’를 준비하며 판소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그리고 시대를 개척한 역동적인 인물을 연기하면서 연기자로서 그리고 가수로서 의미 있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연기자로서 진화를 꾀했을 것이다. 관객의 평가와 상관없이 수지의 ‘도리화가’도전자체가 아름다운 이유다.
“지는요, 소리하다 죽을라요. 기집은 왜 소리를 하면 안되는디요? 지도 목구녕이 있는디.” 수지가 맡은 진채선의 대사다. 이 대사는 수지가 ‘도리화가’에 도전하는 이유처럼 들린다. 어려운 배역도 소화해야하는 것이 연기자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스타가 된 뒤 수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말했다. “많은 사람이 저를 좋아하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지요. 앞으로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서 인정받고 싶어요. 팬들이 저를 풋풋하고 순수한 이미지 때문에 사랑해주시는데 가수와 연기 활동 모두 제 실력만으로 인정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