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7일)부터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됩니다. 손꼽아 기다린 분들 많으시죠. 내년 초 출산을 앞둔 제 친구는 S브랜드 유모차를 사겠다며 틈만 나면 아마존을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다음달 결혼하는 회사 선배는 혼수 그릇을 장만하기 위해 월마트를 돌아다니고 있고요. 엊그제 영양제가 똑! 떨어진 저도 새벽 출근길 아이허브에 들어가 ‘ㅅㄱ 종합 비타민’을 장바구니에 담아놨습니다.
혼자만 쇼핑하는 것이 미안해 점심 먹고 신랑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얼마 전부터 옷장 앞에서 패딩 점퍼를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그랬더니 이 사람 이렇게 말하네요.
“요즘 K세일 한다는데... 주말에 백화점 갈까요?”
사실 지난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약간 실망한 터라 이번엔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신랑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백화점 온라인 몰에 들어가 봤습니다. 역시나입니다.
제가 찜 해놓은 영양제는 배송료를 내고서도 직구가 3만 8000원이나 더 쌉니다. 신랑이 눈여겨 보던 패딩도 비슷합니다. 할인 폭이 좀 더 큰 TV를 비교해봤습니다. 모델명만 약간 다른 삼성전자 동급 제품이 배송대행비와 관세를 모두 더하고도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LG전자는 모델명마저 똑같은데도 직구가 80만원이나 더 저렴합니다.
“내가 이러니 직구하지”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해마다 직구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2011년 총 5600억원(560만건)에 불과했던 직구는 지난해 1조 8000억원(1600만건)으로 3배 이상 커졌습니다. 올해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직구로 뭘 살까요?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1000달러 이상 고가 해외직구 물품 가운데 가장 많이 수입된 것은 TV입니다. 지난 2011년부터 3만 1153대가 수입됐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570억원이나 됩니다. 가방(4287건, 81억원)과 노트북(4110건, 73억원), 의류(3088건, 63억원)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정부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돈이 빠져나가니까요. 그러나 제조사와 유통사는 ‘니탓네탓’ 공방만 벌입니다. “미국은 유통업체가 할인행사를 주도한다” vs “제조사가 얼마나 낮은 가격에 공급하느냐가 관건이다”가 논쟁의 요지입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소비자들은 아마존과 월마트로 몰려갑니다. 가격표 앞에서 애국심을 버렸다고요? 소비자를 ‘호갱’ 취급한 건 그들이 먼저입니다. 제대로 된 가격표가 달린다면 영양제를 사는 저도, 유모차를 고르는 제 친구도, 혼수 그릇을 장만하는 회사 선배도 ‘co.kr’로 돌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