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본사-대리점간 갈등 해결 위해 협약식… 뿌리깊은 갑질문화 해결엔 역부족 시각도
대리점 갑질 논란을 빚어온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대기업들이 상생경영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동반성장위원회가 화장품업계 대리점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업계 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 상황이다.
동반위는 9일 서울 구로구 동반위에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업계 대기업들과 '대리점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상생협약은 최근 화장품 대리점 본사와 대리점간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반위는 수 차례 업계 간담회와 전문가 회의를 거쳐 지난 6월 식ㆍ음료업계 상생협약에 이어 화장품업계까지 협약을 확대하게 됐다. 협약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리점 관련 고시 준수 △대리점 계약서 문서화ㆍ구두발주 지양 △동반위의 협약내용 모니터링 및 우수사례 홍보 등이 골자다.
또한, 동반위와 화장품업계는 '화장품 대리점 동반성장협의회'를 구성해 협약내용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우수 사례에 대한 정보공유를 위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기로 했다.
동반위 김관주 본부장은 “지난 3일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향후 대리점 영업과 관련,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감시활동ㆍ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리점 상생협약을 통해 법에 따른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거래 대리점과의 공정거래ㆍ동반성장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동반위의 이 같은 상생협약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실제 상생협약 전날인 지난 8일에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이모 전 상무를 불구속 기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대리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임의로 다른 영업점에 배치하는 '갑질'을 한 혐의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8년간 187개 방문판매특약점에서 일하는 방문판매원 3686명의 계약을 종료시키고, 다른 점포나 직영영업소에 재취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이 뿌리 깊은 갑질 문화가 형성돼 있는 화장품업계에 상생협약이라는 '형식적인' 수단으로 동반성장을 꾀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A화장품업체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대리점을 위하는 문화가 마련됐으면 하지만, 상생협약 등은 다소 형식적인 행사라는 느낌이 크다"며 "무엇보다 대리점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법이 통과된 만큼, 해당 법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업계의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