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재학생 거센 반발·정치권도 이견… 실행 여부 미지수
법무부가 2017년 폐지가 예정된 사법시험을 4년간 더 존속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법시험 존치론’을 주장하는 변호사 단체와 로스쿨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내용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지난 9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사법시험 폐지는 시기상조이므로, 좀 더 실시해본 뒤 존치 여부를 논의하자’는 의견이 8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다수의 국민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로스쿨 제도가 정착 과정에 있고,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성도 있으므로 당분간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를 병행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로스쿨 재학생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정치권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식적 입장을 밝힌 이상 법무부가 정부 입법을 시도한다면 로스쿨 중심의 법조인 양성 과정은 안착되기도 전에 시스템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시험이 존치된다면 2017년 이후 몇 명을 선발할지는 사법시험 관리위원회와 대법원, 대한변협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앞으로 논의할 대안으로 크게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우선 별도의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로스쿨 졸업생과 동일하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일종의 절충안이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입법이 의원입법으로 논의된 적이 있지만, 로스쿨 측은 사실상 로스쿨 제도를 백지화하는 안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예비시험 응시자격을 법학 과목을 이수한 자로 두자는 의견도 있지만, 관련 교육을 어떻게 정할지, 또 다른 자격조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도 과제로 남는다.
다른 안은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조인 양성 방식을 로스쿨로 일원화하되, 입학과 학사관리, 졸업 후 채용 문제 등 공정성 시비를 없애고 전반적인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변호사 단체가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변호사 단체 집행부 구성이 사법시험 출신이 주류지만, 4년 뒤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수가 늘어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을 존치하되 현행 사법연수원과는 달리 대학원 형식의 연수기관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변호사단체의 ‘사시존치’ 주장을 받아들이는 안이다. 로스쿨 측은 물론, 입법 과정에서 참여정부 시절 로스쿨 도입에 관여한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숙제다.
사법시험 제도를 유지하려면 현행 사법시험법과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앞으로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신속한 입법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