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어떤 정당들이 살아 남았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먼저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은 생명력이 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예로 자민련을 들 수 있다. 자민련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존속했다. 그건 지금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들 정당은 모두 특정 지역에 뿌리를 두었기에, 이름은 바뀌어도 그 존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대통령이 만든 정당은 최소한 대통령의 임기 동안은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열린우리당이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만들어진 정당으로 노무현 정권과 그 수명을 같이했다. 이런 정당들 외에 등장했던 정당들은 그 수명이 매우 짧았다.
이는 아직도 한국 정치에서 지역적 뿌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새누리당의 경우 지역적 기반은 영남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작명’(作名)한 정당이다. 그렇기에 지역에 기반하고 대통령이 존재하는 정당이라는 측면에서 새누리당의 생명력은 당연히 길 것이다.
그런데 새정련의 경우는 다르다. 새정련은 일단 야당이고 전신이 민주당이어서 호남지역에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최소한 ‘현재’는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새정련은 호남에서 배척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정련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친노들은 자신들의 지역 기반을 호남이 아닌 부산·경남(PK)지역으로 옮기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친노들의 의도대로 PK지역이 새정련의 지역 기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하지만, 이것도 “글쎄”라는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던 PK지역이 지금 새정련의 지지로 바뀌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금 새정련은 대통령도 없고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지도 못한, 공중에 붕 뜬 듯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오히려 안철수 신당이 호남지역에서 나름의 의미 있는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호남지역에선 아직도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미래와 능력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최소한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신뢰할 수 없다”와 “싫다”를 비교해 보면 그 뉘앙스의 차이는 분명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은 오히려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커 나가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싫은” 감정은 되돌리기 어렵지만, “반신반의”하는 상태는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안철수 신당은 오히려 새정련보다 생명력이 더 길 수 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지금 현재로 볼 때는 안철수 신당이 자칫 ‘호남 자민련’ 혹은 ‘꼬마 민주당’처럼 보일 수 있으나, 하기에 따라서 지금의 새정련이 ‘꼬마 열린우리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분석에서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점은 강력한 대선 후보가 있는 정당인가의 여부이다. 지금 현재로만 볼 때,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보다는 높지만, 문제는 안철수 의원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지역 기반도 부실한 상태에서 자칫 유력 대선 후보 자리까지 내주게 된다면, 새정련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그렇기에 지금의 야당 상황이 흥미진진한 것이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