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더군요. 더 나빠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최악의 범위를 확장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에도 밀리며 추락하고 있는 KBS, MBC, SBS 방송 3사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시상식 말입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습니다.
방송 3사의 시상식에 대한 비판에 앞서 과거 대상 수상자가 방송에 하지 못한 소감을 기자에게 들려준 것을 먼저 소개할까 합니다. “대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는데 정말 이상해요. 대상이 최고상인데 자랑스럽지가 않은 겁니다. 이런 시상식은 없는 게 차라리 좋을 듯해요.”
최고의 대상 수상자가 이런 말을 할 정도입니다. 상(賞)이라는 타이틀로 시상식이 진행되는데 상의 권위도 없고 수상자에게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상자뿐만 아닙니다. 시상식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이제 폐지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 MBC, SBS 등 방송사들은 방송 시상이니 상을 퍼주든지 대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든지 관여하지 말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전파는 방송사 것이 아니고 국민, 시청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시상식을 폐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2015 KBS MBC SBS 방송3사 시상식의 병폐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방송사들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시상식의 불공정한 수상자 선정, 나눠주기식 수상, 중복수상, 정체불명의 수상부문 등 수많은 문제로 인해 상의 권위와 공정성을 바닥으로 추락했고 상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시상식의 문제가 하도 많아 대상만 가지고 문제를 지적해 보겠습니다.
KBS는 2015 연기대상을 ‘부탁해요 엄마’ 고두심과 ‘프로듀사’의 김수현 두명에게 주는 초유의 공동대상 시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5 연예대상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휘재에게 수여했습니다. MBC의 경우, 연기대상은 지성이, 연예대상은 김구라가 받았습니다. 또한, SBS는 연기대상은 주원이,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김병만이 공동 수상했습니다.
대상은 그야말로 상의 최고의 정점이자 가장 공정하게 수상자를 선정해야하는 시상 부문입니다. 대상이 갖는 권위와 상징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선 2015년의 대상은 공동대상 남발로 상의 권위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했습니다. 분명 뛰어난 활약을 했어도 우열은 존재하고 그 우열의 바탕위에 한명의 대상 수상자를 선정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공동대상으로 방송사 스스로 상의 권위를 무력화시켰습니다. 방송사 수입을 올리는 한류와 대중적 인기가 높은 김수현과 뛰어난 연기력과 시청률의 고두심은 분명 우열을 가릴 수 있었고 상의 역할과 기능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을 감안할 때 대상 수상자를 금세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방송사는 최악의 선택, 공동대상을 결정했습니다. SBS 연예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런닝맨’ ‘동상이몽’의 유재석과 ‘정글의 법칙’ ‘주먹쥐고 소림사’의 김병만은 활약과 시청률에 차이가 있었는데 방송사가 눈치를 본 것인지 대상을 2명 모두에게 수여했습니다.
또한, 상의 존재의미와 대상의 권위를 추락시키며 방송사 연말 시상식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증폭시킨 것 중의 하나가 바로 2015 MBC 연기대상 대상수상자 선정방식입니다. 방송사가 정한 대상후보를 놓고 시청자 투표를 실시해 최다 득표자가 대상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연기대상 수상자 선정을 시청자투표를 통해서 한 것입니다. 이것은 대상이 아니고 인기상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왜 수많은 시상식에서 각계의 전문가를 동원해 수상자 심사를 하는 겁니까.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뛰어난 활약을 한 사람을 제대로 선정해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연기대상은 연기력, 드라마의 완성도, 시청자의 반응, 드라마나 연기자의 방송적 의미와 가치 등을 면밀히 파악해 대상 수상자를 선정해야함에도 불특정 다수인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했습니다. 이럴 경우 연기자의 활약과 문화적 의미 등과 상관없이 팬이 많은 젊은 연기자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지요. 대상의 공정성이 사라지고 대상은 인기도를 측정하는 하나의 초라한 지표 역할만 할뿐입니다. 물론 상의 역할이나 권위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지요.
KBS 연예대상 수상자로 이휘재가 발표한 직후 “대상은 공로상이 아니다”며 수많은 네티즌과 시청자들이 대상의 진정한 의미에 부합하는 수상자 선정이 아니다며 수상자 선정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015년에도 여전히 대상 수상자 선정마저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방송사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아카데미영화제 오스카 트로피는 제작비가 60달러(약 7만원)인데 그 트로피를 거머쥐는 순간 2000만~1억 달러(235억~1177억)의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수상하는 순간 관객들이 수상자와 수상작품의 명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상의 권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상, 영화상, 음악상 등 대중문화상은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보듯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중문화상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작품의 질과 가치 그리고 가수와 연기자, 감독, PD, 스태프의 실력과 명성을 공적으로 인증(reputation)해 주는 기능을 할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업성으로 초래되는 문제와 부작용을 억제하는 동시에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또한, 대중문화상은 홍보 효과에서부터 시청자·관객 동원, 문화상품 소비 증가, 명성과 경쟁력 확보까지 다양한 효과와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2015년 KBS, MBC, SBS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보면 이런 기대는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문제 많은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은 대중문화와 방송문화에 순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의 권위가 없어 상의 역할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시간을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낭비하며 방송문화 발전에 장애가 되는 시상식은 하루 빨리 없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