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ㆍ성별 차별 극심...작년에도 #OscarsSoWhite 물결
올해의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도 하얗게만 빛날 것인가. 성별과 인종 차별없이 공존하자는 다양성(Diversity) 추구가 전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아카데미상은 다양성 추구에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2년 전인 제 86회 사회자로 옐런 드제네러스(Ellen DeGeneres), 이듬해에는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ick Harris)를 사회자로 간택, 우연인지 아닌지 동성애자에 대한 문호를 살짝 열었더랬다.
그렇지만 지난해 사회자였던 닐 패트릭 해리스가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오늘밤 할리우드의 최고, 그리고 가장 하얀(Whitest), 죄송합니다. 가장 현명한(brightest) 분들을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라고 비꼴만큼 ‘백인들의 잔치’였다. 소셜 공간에서는 ‘너무 백인들 위주인 오스카(#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들이 오랫동안 흘렀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매년 11월 사전 예비 투표로 아카데미상 후보작을 선정하고 다음 해 1월 후보작들이 발표된다. 그리고 이후 최종 후보작을 두고 2차 투표를 거치게 되는데 지난해 아카데미상에서 20개 부문 상을 백인이 거머쥔데 이어 제 88회인 올해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 뻔해 보인다고 3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예상하는 웹 사이트 중 하나인 골드 더비(Gold Derby)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에 따르면 주요 연기상 4자리를 놓고 겨룰 후보들 가운데 흑인은 단 한 명. <비스츠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의 영국인 배우 이드리스 엘바다. 그나마도 남성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스티브 로스 역사학 교수는 "만약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모두 백인만이 수상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할리우드 역사와 관련한 다수의 저서를 낸 로스 교수는 "물론 좋은 성적을 낸 사람이 상을 받아야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만약 윌 스미스(흑인 배우를 대표)와 누군가를 놓고 결정을 해야 할 때라면 지난해 사태를 감안할 때 윌 스미스에게 상을 주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상은 그동안 유독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 2002년 제 74회 시상식에서 덴젤 워싱턴이 남우 주연상을, 할리 베리가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남녀 주연상을 모두 흑인이 휩쓸었고 공로상까지도 원로 흑인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에게 주어지는 ‘이변’이 있긴 했지만 그 외엔 아카데미상이 다양성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인권 운동가 흑인 목사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셀마>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이나 주요 연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지 못해 백인, 그것도 남성 중심의 고루한 아카데미상에 대한 비난을 일게 한 바 있다. <셀마>를 연출한 흑인 여성 에바 두버네이 감독은 실력파로 잘 알려져 있고 다른 상을 다수 받았지만 유독 아카데미에서만 박한 평가를 받았다.
두버네이 감독은 “‘너무 백인들 위주인 오스카’란 해시태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듣고 싶어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면서 “아카데미상 수상은 환타지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유색 인종들을 스크린에서 실제로 볼 수 있길 바란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자 우리의 인간성, 존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단지 해시태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배우조합이 주는 영화인협회(SAG)상 후보로는 백인들의 인종 차별에 맞서 흑인들도 힘을 가져야 한다는 이른바 블랙 파워(Black Power) 운동을 주도해 온 흑인 랩 그룹 N.W.A.의 실화를 담은 영화 <스트레이트 우타 컴튼(Straight Outta Compton)>이 앙상블상 유력 후보로 올라가 있다. 트랜스젠더 여배우 미아 타일러는 <탠저린>이라는 독립 영화로 스피릿 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다른 상들은 아카데미상에 비해 인종, 성별 등에 대해 개방적이다.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들은 오는 14일 공식 발표되며, 시상식은 2월28일에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