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상 불완전 판매 책임 규정은 증권 발행시장에만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발행시장이 아닌 유통시장에서 거래한 증권회사는 자본시장법상 책임은 따로 부담하지 않게 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25조는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내용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 그로 인한 투자자의 손해를 발행인이나 거래를 중개한 자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안모 씨 등 16명이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증권의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의 공시책임을 엄격하게 구분하면서 손해배상 청구권자의 요건을 따로 정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 125조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은 증권발행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통시장에서 증권을 매수한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을 뿐, 일반 민법상 책임은 물을 수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허위기재 사실만 입증하면 손해액을 배상받을 수 있지만, 민법을 근거로 소송을 낸다면 손실이 허위기재와 연관이 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배상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재판부는 "유통시장에서 증권을 인수한 자는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가 거짓 기재됐다는 이유로 관여자에게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해운은 2010년 10월 보통주 400만주를 주주배정한 후,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을 주관회사로 선정해 실권주와 단수주를 공개모집했다. 그러나 대한해운이 2011년 2월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5만6400원이었던 주가는1만1000원으로 급락했다.
김씨 등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대한해운의 용선·대선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예상 가능한 단기간의 영업손익, 회생절차개시신청 준비상황 등에 대한 거짓 기재가 있거나 필요한 기재가 누락돼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김 씨 등은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을 상대로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지만, 증권사들은 소송을 낸 당사자 중 안모 씨 등 5명은 발행시장이 아닌 유통시장에서 증권을 매수했기 때문에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