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응답하라 1988'에 응답한 이유는?
tvN은 16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은 마지막회 20화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편이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9.6%, 최고 시청률 21.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응답하라 1988’이 이날 기록한 19.6%는 1995년 케이블TV이 방송된 이래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이날 방송된 ‘응답하라 1988’ 최종화에서는 선우-보라 커플이 동성동본을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재개발로 쌍문동 골목 사람들은 하나 둘 쌍문동을 떠났다. 마치 1988년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택이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골목친구 5인방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제 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덕선의 ‘응답하라 1988’의 주제를 집약시켜놓은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었다.
“쌍팔년도 우리의 쌍문동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그 골목이 그리운 건, 단지 지금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곳에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한 데 모아놓을 수 없는 그 젊은 풍경들에 마지막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제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한국 케이블TV 역사를 새로 쓴 ‘응답하라 1988’의 원동력은 연출자 신원호PD의 방송전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에 없는 드라마,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보니 마음이 따뜻하고 훈훈해지고 뭉클해지고 하는 효과가 있다는 시청자 의견을 듣는다면 만족이다.”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을 표방하며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우리 골목, 우리 이웃을 담아낸 ‘응답하라 1988’은 바로 요즘 드라마에 없는 소소한 이야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88’이 시청률 고공비행을 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에 대한 판타지를 제공했기 때문에 중장년층에도 인기가 높았다. 또한, 10~20대에게는 단순히 박제된 1980년대를 전시하는 것이 아닌 오늘의 의미와 시선을 가미해 1980년대를 살려냈기에 호응이 높았다.
물론 1988년 현실과 정치적 성격이 배제된 추억의 판타지에 기댄 퇴행적 드라마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 1988’이 많은 시청자에게 우리에게 소중했지만 압축성장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횡행 속에 사라져버린 공동체 가치와 가족과 이웃 간의 사랑의 의미를 드러내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 경기침체, 취업난 등으로 대변되는 2016년 대한민국의 팍팍한 현실과 막막한 미래가 ‘응답하라1998’의 열기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이 고단했지만 따뜻함이 있는 과거를 회상하며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 잊고 위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남편 찾기 등 ‘응답하라 1997, 1994’에서 구사했던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의 드라마 트루기와 장치 역시 흥미를 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 라미란, 최무성, 김선영, 유재명 등의 중견배우들의 사람냄새 는 명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났던 혜리, 박보검, 류준열, 안재홍, 이동휘, 고경표, 류혜영, 최성원, 이민지, 이세영, 김설등 젊은 연기자들의 생활밀착형 연기도 ‘응답하라 1988’의 인기와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이처럼 높은 인기와 화제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 1988’이 한국 케이블TV 방송들이 한번도 기록하지 못한 시청률 20%를 돌파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제로TV증가, 케이블TV라는 플랫폼의 한계 등 드라마 내적인 부분보다는 외적인 이유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