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꼭대기 맨 끝 집. 기피 1순위로 꼽히는 곳입니다. 벽에 스며드는 냉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겨울엔 춥고, 옥상에 떨어지는 태양열이 그대로 흡수돼 여름엔 덥습니다.
제 신혼집이죠. 지난해 3월 입주해 첫 여름은 무사히 보냈습니다. 더위 많이 타는 남편 덕(?)에 여름내 에어컨을 틀어 그런지 그럭저럭 견딜 만하더군요. 전기세 인하로 냉방비도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겨울도 그렇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달리 포근했던 지난해 말 동지까지도요. 그런데 어제(18일) 거실에서 TV를 보는데 신랑이 “우리도 문풍지 붙일까?”라고 하더군요. 현관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나 봅니다.
보일러를 20도로 맞춰 놓았는데도 뜨뜻한 기운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베란다에선 입김까지 나더군요.
결국, 난방용품을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손뼘으로 창문 너비를 재고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쇼핑앱으로 뽁뽁이(단열캡)와 문풍지를 장바구니에 담는데, 과연 이것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기회비용을 한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 가구당 평균 난방비인 15만3000원을 기준으로 하고요. 실내온도를 1도 올릴때마다(보일러 1도 하락) 난방비 7% 절약으로 가정해보겠습니다. 전기가 필요한 발열 기기는 제외합니다. 변수는 단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온니(Only)! 단순 계산입니다.
◇문풍지: 1도 상승= 1만원 절약
문풍지는 문틈에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줍니다. 겨울엔 웃풍만 잡아도 큰 보탬이 되죠.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따르면 창틀에 문풍지를 두를 경우 실내온도가 1도 상승한다고 합니다. 한 달에 난방비 1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창틀에 끼는 검은 문풍지 자국이 싫어 설치를 꺼리는 분들 많을 텐데요. 요즘에는 투명형, 에어캡형, 실리콘형 등 다양한 재질의 문풍지가 판매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방풍비닐: 1.5도 상승= 1만6000원 절약
방풍비닐은 창문을 감싸는 비닐입니다.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차단해 이중창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창문에 방풍비닐을 붙이면 실내온도가 1.5도 올라갑니다. 월평균 1만6000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설치도 간단한데요. 창틀에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비닐을 덧대면 됩니다. 요즘에는 제품에 지퍼가 달려 나와 환기도 편하다고 하네요.
◇뽁뽁이: 2도 상승= 2만1400원 절약
뽁뽁이는 창과 방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냉기를 차단해줍니다.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기도 잡아주죠.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면 실내온도 2도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요. 한 달에 난방비 2만1400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창문을 깨끗이 닦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붙이기만 하면 되는데요. 이때 분무기에 세제를 조금 섞으면 접착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뽁뽁이를 여려 겹 덧붙이면 공기층이 두꺼워져 단열 효과가 더 크다고 하네요.
◇내복: 3도 상승= 3만2100원 절약
방한(防寒)의 상징하면 바로 내복이죠. ‘첫 월급 선물=빨간 내복’이란 공식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BYC에서 지난달 방문고객 240명을 대상으로 난방비 절감 방법을 조사했더니 절반 이상이 내의착용(53%)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내복은 체감 온도를 3도 높여주는데요. 난방비를 한 달에 3만2100원 아낄 수 있습니다.
◇난방텐트: 4도 상승= 4만2800원 절약
난방텐트는 따뜻한 공기를 안에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하면 보온효과가 더 좋습니다. 난방텐트의 내부온도는 바깥보다 최고 4도 높은데요. 한 달에 난방비를 4만2800원이나 아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모 프로그램에서 폴대 제작에 사용되는 유리섬유(FRP)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보도해 엄마들의 마음을 철렁하게 했죠.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글라스 화이바라는 이 물질은 안전등급이 차(tea)와 함께 분류될 정도로 안전한 재질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