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 정치경제부 차장
후한 말 정치가이자 군벌인 원소는 유비나 조조, 손권과 달리 대륙의 삼국시대에서 인사에 가장 실패한 인물이다. 원소는 관도대전에서 크게 패하면서 조조에게 정치적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 관도대전은 원소가 10만 대군을 갖고도 3만군의 조조에게 무릎을 꿇은 전쟁이다.
전쟁 직전 원소 진영의 저수와 전풍은 조조에 대한 공격 시기가 적합하지 않다고 건의하지만, 수적 우세 등으로 승리를 자신했던 원소는 군심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이들을 감옥에 가둔다.
원소는 조조가 관도에 주둔하고 있으니 이참에 비어 있는 허창을 공격하자고 제안했던 허유마저도 가두려 했고, 허유는 결국 조조 진영으로 도망간다. 이때 조조는 젊은 시절 친구였던 허유를 받아들인다. 직후 조조는 오소에 있는 군량 창고를 공격하면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라는 허유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쟁의 승기를 잡는다.
조조의 참모로 전략가인 순욱도 애초 원소의 사람이었으나, 그의 그릇이 작음을 알고 조조를 선택한 케이스다.
리더가 자신의 눈만 고집하면 인재는 보이지 않게 된다. 관도대전이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4월 13일 치러지는 총선도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의 본래 목적이 정권 창출인 만큼, 총선은 그 전초전으로 보면 된다.
지금 정치권에선 인재 찾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야당은 지나칠 정도로 보여주기식 외부인사 영입에만 목을 매고, 반대로 여당은 내부에서만 사람을 찾다 보니 마땅한 인재가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인재 영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오성규 전 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자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들이다.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은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일 때부터 이미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외부인사인지 의구심이 든다.
더민주 ‘여성 인재 1호’였던 김선현 차의과대학 미술치료대학원 교수가 영입인사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국민의당이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 허신행 전 농수산부장관 등의 영입을 취소한 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외부인사 영입에만 급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외부에서 젊은 변호사들만 줄줄이 데려오거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대성, 김태호 의원 등에 지역을 바꿔 출마할 것을 요청하는 새누리당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선거를 앞두고 인재를 영입했다고 하면 그 사람을 전략 공천하려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일부러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비워 둔 것”이라는 김무성 대표의 변명은 옹색하기만 하다.
이런 식의 인재 영입으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가 국민의 요구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을 바꾸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여론에 조금만 더 관심 갖고 귀를 기울이면 어떤 인사가 잘하는 것인지 힌트는 많다. 결국에는 이런 힌트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