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상선 측이 용선료 협상과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 재조정에 성공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처럼 출자전환 등의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STX팬오션’처럼 원칙대로 하겠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시한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4월로 알려졌다. 3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를 피하게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한다.
현대그룹은 2일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경영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자구안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공개 재매각에 즉시 착수한다. 현정은 회장의 300억원 규모 사재 출연 등을 포함해 총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했다.
동시에 수익성 향상을 위한 체질 개선 노력도 추진,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용선료에 대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용선료란 배를 빌리고 배 주인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용선료가 2010년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인 800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장기 계약 때문에 기존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자구안 제출과 함께 해외 채권자, 용선료 선주 등 전체 채무 재조정을 직접 진행할 계획”이라며 “회생절차에 준하는 노력을 법정 밖에서 자발적으로 해보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즉, 비협약채권자를 포함해 법정관리에 준하는 전체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지만 법원이 아닌 현대상선 주도로 해당 절차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기존과 다른 변형된 회생절차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법정 밖에서 법정관리가 시작된 셈이다.
현대상선의 비협약채권 규모는 3조원가량으로 전체 채무 4조5000억원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용선료의 경우 2조1030억원(2014년 기준)이며, 여기에서 용선료를 20∼30%가량 인하해 연 1조5000억원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채권단의 입장은 확고하다.
용선료나 비협약채권의 채무 재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채권단의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도 시세가 있기 때문에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용선료 조정은 전적으로 해외 선주의 의사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찮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대해서도 “현대상선은 비협약채권자만 500명이 넘어 채무 재조정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구안 이행 여부와 채무 상황에 따라 원칙대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