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운전거리 계산 등 단순 업무… 캐디피 인하신규 일자리 창출효과
“퇴직자, 경력단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마샬캐디로 일하면 골퍼들은 캐디피 부담이 줄고, 사회적 약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모임 이사장이 골프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동카트에 골프백을 싣고 카트 운전만 해주는 마샬캐디 제도를 전국 골프장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3월부터 일부 골프장에서 도입되는 마샬캐디 제도는 골프백을 전동카트에 싣고 운전해주거나 남은 거리를 불러주는 단순 캐디 업무를 뜻한다. 기존 캐디보다 캐디피가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서 이사장은 “그동안 캐디 없이 플레이하는 노캐디제를 장려해왔지만 골프장에서는 늦장 플레이(Slow Play), 전동카트의 안전사고를 이유로 꺼려왔다. 하지만 노캐디로 가는 전 단계인 마샬캐디는 50대 이상 골프를 아는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캐디피는 내리고 골프장에서 우려하는 안전사고 위험도 없어 일석이조다. 서 이사장은 “기존 캐디보다 업무가 단순한 만큼 캐디피를 팀당 5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야간에 일을 하면 6만원으로 올라간다. 또 캐디피가 저렴한 대신에 정규 티업시간이 끝난 후 무료로 9홀을 주 1회 이상 라운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프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마샬캐디제에 동의한 골프장은 전북 군산CC, 경기 여주의 남여주, 충북 충주의 임페리얼레이크, 강원 횡성의 벨라스톤, 충남 당진의 파인스톤, 경북 의성의 엠스클럽의성, 경북 예천의 한맥CC 등이다.
마샬캐디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마샬캐디 입장에선 수입이 적을 수도 있지만 점차 많은 골프장에서 마샬캐디를 도입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서 이사장은 생각하고 있다. 서 이사장은 “골프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지원했으면 한다”며 “한국골프소비자모임에서는 마샬캐디들을 위한 별도의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은 수입과 출퇴근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 과제다. 서울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지방에 위치한 골프장까지 출퇴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 골프를 즐기는 퇴직자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마샬캐디에 얼마나 지원할 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소장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마샬캐디 제도도 준비하고 있다고 대안을 밝혔다. 캐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샬캐디는 자동차 운전만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중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동시에 일정한 소득이 생기면서 사회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 소장은 “골프붐이 진정되고 골프장 공급과잉시대에 접어들면서 골프장들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골프를 즐기는 400만명을 대상으로 영업해왔기 때문”이라면서 “골프장을 골프치지 않는 4600만명에게 개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샬캐디는 한국골프소비자모임 홈페이지에 정회원으로 가입한 뒤 마샬캐디 지원서를 작성하고 서류전형, 면접 등을 거친 후 서비스 및 현장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후 골프소비자모임에서 인증서를 발급 받으면 골프장에서 마샬캐디로 활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