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여러분이 월요일을 고대하며 단잠을 사는 사이, IT 업계엔 여러 이슈가 있었다. 일요일엔 무조건 자정 전에 잠이 든다는 나의 철칙을 깰 만큼 화끈한 이슈 말이다. 그것도 멀고 먼 나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국내 기업이지만 가끔은 낯선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연이어서.
한국 시각으로 밤 10시에 LG G5가 등장했고, 새벽 3시엔 삼성 갤럭시S7이 등장했다. 이쯤 되면 그리스는 왜 새벽에 축구를 하냐는 오래된 드립이 떠오른다. 스마트폰만 나온 것도 아니다 화웨이까지 가세해 투인원 노트북인 메이트북을 공개해 우리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솔직히 나는 연약한 LG전자가 갤럭시S7 같은 무시무시한 제품에게 눌려, 크게 존재감을 뽐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완전히 묻혀버리는 건 아닐까 오지랖 넓은 걱정을 품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의 교만을 사과한다. 이번 판의 신스틸러는 LG G5였다. G5를 향한 관심이 제법 뜨겁다. 적어도 오늘 아침 네이버 검색어 순위와 주식 그래프에서는 갤럭시S7을 멋지게 제친 모습이다. 물론 지금 이 관심의 불씨가 판매량으로 옮겨붙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살펴보자. ‘G파이브’니까 으레 다들 그러듯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G시리즈의 첫 메탈 바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일단 디자인부터 본다. 어차피 LG전자나 삼성전자가 만드는 플래그십 제품인데 성능이 특별히 떨어질 리는 없지 않은가. 결국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는가 하는 문제인데, 디자인은 그 중 아주 중요한 요소다. 게다가 전작인 G4는 디자인 면에서 상당히 혹평을 받았으니까.
다행히 LG G5는 G시리즈 최초로 풀 메탈 디자인을 채용했다. 모두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던 천연 가죽과 스티치는 종적을 감췄다. 제품 공개 행사 전부터 심심치 않게 유출되던 사진 속에서는 되게 못생긴 것 같았는데, 제대로 공개한 사진을 요리조리 살펴보니 나쁘지 않다. 세련되고 무난한 디자인이다. 실물을 봐야 더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논란거리 없이 선방했다고 본다.
눈에 띄는 특징은 풀 메탈 바디에도 불구하고 안테나 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아이폰6와 아이폰6s의 아름다운 디자인에 찬물을 끼얹은 그 절연선 말이다. 덕분에 디자인이 아주 깔끔하다. 여기 이통사 추노 마크가 찍히면 또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컬러는 골드, 핑크, 실버, 티탄의 4가지. 요즘 잘 나가는 제조사는 다 만든다는 핑크 컬러를 추가해 트렌디함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상으로 봤을 때 다른 제조사의 핑크보다 훨씬 은은한 톤이다. 핑크를 사랑하는 나는 시장에 이렇게 다양한 느낌의 핑크 스마트폰이 판매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런데 G5 하단에 이상한 홈이 파여있다. 마치 제품이 분리될 것 같은…? 음?
2. 기기덕후 심쿵사, 모듈형 디자인
루머에서 익히 들어왔던 것처럼 LG G5는 부품 일부를 서랍식으로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는 모듈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그러니까 레고처럼 이리저리 다른 부품을 조립할 수 있단 얘기다.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를 비롯해 조립식 스마트폰은 오랜 시간 사용자들의 로망이었다. 기기 좀 만져봤다는 사람들이라면 PC 조립하듯 내가 원하는 모듈을 추가로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떨릴 것이다. 일단 다들 배터리부터 추가하려고 들겠지?
G5는 스마트폰 하단에 있는 ’기본 모듈’을 마술처럼 ‘쓱’ 당겨서 다른 부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신제품 발표회에서 직접 기본 모듈을 분리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대박” 소리가 절로 나더라. 모듈형 디자인임에도 7.7mm의 두께를 구현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현재 공개한 모듈은 두 가지. 먼저 ‘LG 캠 플러스’는 아날로그식 손맛을 제공하는 카메라 그립 모듈이다. 덩치가 꽤 커서 대단한 기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셔터와 줌인 줌아웃 버튼을 편안하게 누를 수 있다는 게 기능의 대부분이다. 더불어 1,200mAh의 추가 배터리를 제공한다. 그냥 배터리 모듈이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하겠다.
또 하나의 모듈은 ‘LG 하이파이 플러스 with B&O 플레이’. LG가 미리 예고했던대로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결과가 모듈로 완성됐다. B&O 플레이와 협업한 32비트 포터블 하이파이 DAC 모듈로, G5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음원도 더 풍부한 원음 사운드처럼 만들어주는 ‘업비트 & 업샘플링’ 기능을 지원한다. 32비트, 384kHz의 고해상도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사운드는 아직 들어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이 모듈을 장착하면 LG 로고 대신 B&O 로고가 새겨져 있어서 심리적 만족감을 업비트 & 업샘플링 해준다는 사실.
3. 카메라 한 개 더 드려요
그렇지, LG하면 카메라지. 전문가 모드까지 만들어놓고 DSLR 급 성능이라고 요란을 떨던 G4의 카메라는 실제로 정말 훌륭했다. 그래서 G5의 카메라에도 기대가 컸다. 신제품엔 2개의 카메라가 들어갔다.
[위 135도, 아래 78도 화각]
각각 135도와 78도의 화각을 지닌 카메라다. 135도의 광각 카메라는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로는 세계 최대 화각 수준. 일반 스마트폰보다 약 1.7배 넓은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수준이다. 웅장한 대자연에서 사람과 풍경을 모두 멋들어지게 담고 싶을 때 활용하면 되겠다. 후면의 135도 광각 카메라는 800만 화소, 일반 화각 카메라는 1600만 화소다. 전면 카메라도 800만 화소로 고화질 셀카를 담을 수 있다.
G시리즈는 카메라 관련 UX도 잘 만드는 편인데, 이번엔 광각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하는 ‘줌인앤아웃’ 기능을 추가했다(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은 이유는 모르겠다). 줌아웃 시 78도의 일반 카메라 화각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광각 카메라로 전환되는 기능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환경에서 줌인/줌아웃을 쓸 일이 그렇게 많을까 싶긴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기능은 환영한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이 사용자 얼굴을 인식하면, 주먹을 쥐었다 펴는 등의 특정 제스처를 취하지 않아도 자동 촬영되는 ‘오토 셀피’ 기능 등이 눈에 띈다. 셀카 찍기 좋은 시대다. LG전자 화이팅.
4. G5 프렌즈 스토어
이제 이번 행사를 몹시 풍성하게 만들어준 ‘LG 프렌즈’를 살펴보자. 그래, 요즘 프렌즈가 대세다. 카카오 프렌즈도 귀여운 캐릭터로 한 몫 챙기고 있고, 라인 프렌즈도 내가 자주 가는 동네마다 프렌즈를 오픈하고 깜찍한 상품으로 내 월급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친구인척하고 지갑을 위협하는 것. 프렌즈의 기본 조건이다. G5는 총 8마리(?)의 친구를 거느리고 나왔다. 앞서 언급한 ‘LG 캠 플러스’와 ‘LG 하이파이 플러스’는 모듈 방식으로 물리적 결합이 가능한 몸친구다.
좀더 플라토닉한 우정을 나누는 6마리 친구들도 슬쩍 소개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별매다. 먼저 VR을 빼놓을 수 없겠지. ‘LG 360 VR’은 G5와 연결해 사용하는 가상 현실 기기다. 스마트폰을 삽입해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선 연결 방식으로, 다른 제품보다 가볍고 작다. ’LG 360 캠’은 주변 풍경을 360도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로 누구나 쉽게 VR용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 구글 스트리트 뷰나 유튜브 360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립스틱보다 살짝 더 큰 스틱형 디자인으로 휴대성이 뛰어난 제품.
B&O 플레이와의 협업은 프리미엄 하이엔드 이어폰으로도 이어졌다. ‘H3 by B&O 플레이’는 G5를 비롯한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만 쿼드비트가 그리워진다.
친구 사귀기에 혈안이 된 G5는 뱅앤올룹슨은 물론 하만카돈과도 우정을 나눴다. G5 프렌즈 중 하나인 블루투스 헤드셋 ‘LG 톤 플러스’는 하만카돈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만들어졌다.
익숙한 브랜드들이 계속 등장한다. 드론 컨트롤러인 ‘LG 스마트 콘트롤러’는 드론 업체인 패럿과의 협력 하에 완성됐다. 조그 셔틀 방식으로 조작이 쉽고 직관적인게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LG 롤링봇’이 가장 마음에 드는 프렌즈다. 집안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움직이는 보안 카메라라고 설명하면 쉽겠다. 집안 상황을 살피는 것은 물론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집안의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도 있는 스마트홈 기기다. 귀엽다.
LG가 이것저것 준비할 수 있는대로 야심차게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 과연 ‘G5 프렌즈’는 흥미롭다. 다만 삼성의 경우 지속적으로 자체 기술을 마련하려고 애쓰는 것에 비해 LG는 프렌즈들의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에 너무 기대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사족을 붙이자면 제품 발표회 통해 보여준 ‘프렌즈를 대하는 방식’도 제법 새롭다. 애플이나 삼성과 비교해보면 태도가 다르다. 애플은 도도해서 늘 친구들(협력사)을 숨긴다. “너 어디가서 나랑 친구라고 함부로 말하고 다니면 안돼?”라는 식이다. 이에 반해 삼성은 “내가 너랑 놀아줬다고 해서 우리가 대등한 관계는 아니야, 내가 너보다 위인 걸 잊으면 안된다?”라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으로 해맑은 LG전자는 이러하다. “헤헿 사랑스런 우리 G5 친구들이에요”
5. 항상 화면을 켜둘게
5가지로 정리해보겠다고 했으니 남은 이야기들을 몽땅 급하게 5번 항목 안에 쑤셔 넣을 차례다. 짜투리 정보들을 쭈욱 나열해보겠다. 이번 신제품에서 LG가 밀고 있는 기능 중 하나가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다. 간단한 알림 정보 등을 24시간 꺼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로 표시하는 모드다. 배터리에 대한 걱정도 덜어서 저전력 설계로 시간당 총 전력 사용량의 0.8% 정도만 소모한다고.
프로세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을 사용했다. 스냅드래곤 820이 얼마만큼의 성능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RAM은 4GB, 25060×1440 해상도의 5.3인치 퀀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내장메모리는 32GB지만 마이크로 SD 슬롯을 지원해 최대 2TB까지 확장할 수 있다. 화끈하다. 2TB… 대체 뭘 담으면…
이 밖에도 지문인식 센서와 USB 타입-C, 퀵차지 3.0을 지원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사용해본 뒤에 다시 풀어보자. 이제 갤럭시S7 기사 쓰러 가야 해서 이만. 밤새 신제품을 맞이하느라 월요일 아침부터 졸려 죽겠지만, LG를 응원하는 마음은 쌩쌩하다. G5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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