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핵심 성장축이 과거에는 LG전자를 제일 먼저 꼽았지만 LG화학이 주력으로 부각되는 흐름 입니다.” 최근까지 재계에서 LG그룹 내에서 LG전자의 입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말이다.
하지만 LG전자가 신개념 스마트폰인 5G를 공개한 뒤 재계의 시각이 다시 바뀌고 있다. 한 때 매각설까지 돌았던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G5로 성장판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이 불굴의 의지로 일궈낸 성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4일 LG전자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2014년 12월 그룹 정기인사에서 조 사장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LG전자의 MC사업본부장으로 전격 발령냈다. 당시 LG그룹 내 최고경영진 사이에서도 LG전자의 MC사업본부 자리로 가는 것을 꺼려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양분하는 하이엔드 시장과 샤오미 등 중국 저가폰에 낀 샌드위치 신세여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LG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어느 누가봐도 LG전자 MC사업본부장을 맡는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며 “LG그룹 내에서도 2인자 역할하는 조 사장이 모험을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귀띔했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조 사장 취임 직전에 실적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취임 첫 분기실적인 2015년 1월 7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분기 2억원으로 추락했고 같은해 3분기와 4분기에는 776억원, 4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 사장은 각고의 노력 끝에 G5를 글로벌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포브스(Forbes)는 “(G5)모듈 방식은 소비자가 원하는 착탈식 배터리뿐만 아니라 향후 스마트폰 확장성의 강점까지 제공하는 영리한 아이디어”라며 “LG는 G5 스마트폰으로 큰 성공을 거둘 만하다”고 전망했다.
국내에 상장된 LG전자의 주가도 G5가 실적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화답하고 있다. 이달 12일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던 LG전자 주가는 거래일 기준으로 9일 연속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르면 오는 3월 말부터 전세계 200여 사업자를 통해 G5를 출시할 예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G5가 3월 말부터 글로벌 판매를 시작해 1년 간 1000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G5는 분기당 최대 300만대 수준으로 연간 1000만대 물량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LG전자의 MC사업본부 실적을 주도하며 턴어라운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 역시 올 2분기에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 사장은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소피아호텔에서 진행된 G5 공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 1분기에는 마케팅비 부담이 있으나 2분기 중 G5를 토대로 MC사업본부의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