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 산업1부 차장
여전히 삼성을 둘러싼 계열사 매각설은 끊이지 않고 재계에 회자된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를 다져왔다. 삼성이 최근 2년간 매각하거나 정리한 계열사와 자산 규모가 9조원 이상으로 집계됐으니, 이 회장 와병 이후 얼마나 숨가쁘게 달려왔는지 짐작이 간다.
삼성의 추가적인 계열사 매각 작업을 진행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도 전자와 금융을 제외한 상당수 계열사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때마다 소속회사 임직원의 불안감 또한 고조됐다. 삼성에 근무하는 A씨는 “회사 누구도 매각과 관련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며 “매각 대상으로 거론될 때마다 직원들의 불안감이 크지만 경영진 누구도 언급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요즘 가장 불안감이 커진 곳은 제일기획이다. 지난해에도 그룹 측이 글로벌 3위의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와 비밀리에 매각을 추진하다가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경험이 있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매각 이슈가 점화되면서 사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게 흐르고 있다.
심지어 구조조정설까지 퍼지면서 매각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제일기획의 임직원 수는 해외 4700여명, 국내 1300여명 등 총 6000여명 수준이다. 이 중 최소 20% 인력을 줄일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일부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퇴직을 권유하는 면담을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더해졌다. 퇴직위로금도 구체적으로 돌고 있다. 과장급 이상은 6000만원이고, 그 이하 직급은 4000만원의 위로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매각 걸림돌로 작용했던 제일기획 소속 삼성스포츠단도 삼성 측이 인수하는 선에서 가닥을 잡았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들린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사실로 둔갑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마련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구조조정과 기업혁신의 ‘사표(師表)’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구조조정의 상황 속에서도 임직원과의 신뢰를 소중히 여겼다.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며 임직원의 일치 단결된 힘을 모았던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에 빠진 GE를 다시 회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제일기획과 GE의 처한 상황은 분명 다르다. 두 기업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두 기업의 비교가 아닌 최고경영진의 태도다. 두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취한 태도에서 임직원이 느끼는 온도차는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