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1000억원 더 주고 4311억원에 인수… 지분매각 성사 불투명, 포스코건설 매입 관측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014년 취임 이후 처음 인수한 포스파워(전 동양파워)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실패한 인수합병(M&A) 사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파워 지분 100%를 보유한 포스코에너지는 이 회사의 지분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해 최근 IB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포스코에너지는 다음달 중 매각주관사를 선정, 본격 포스파워의 지분 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매각 대상은 포스파워 지분 70%다.
그러나 포스코에너지가 포스파워 지분 매각에 성공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포스파워는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을 시작하지 않은 ‘페이퍼 플랜트’ 회사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은 792억원에 그친다. 삼척화력발전소 착공 예상 시기는 올해 상반기다.
이처럼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회사에 투자할 곳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발전 사업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계통한계가격(SMP)은 2014년 1월 143.16원에서 지난해 12월 95.46원으로 33.3% 하락했다. SMP는 민간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판매하는 가격 지표다.
포스파워의 예상 지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포스파워의 장부가격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846억원이다. 지분 70%의 가격은 339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비는 4조원에 달하는 데다 공사기간도 길다.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3000억원을 투자할 곳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포스파워의 지분 가격이 비싼 것은 2014년 포스코에너지가 이 회사를 고가에 인수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권 회장은 포스파워를 4311억원에 인수하면서 “1000억원 정도 더 쓴 것은 나중에 석탄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에 비하면 큰 게 아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포스파워가 포스코그룹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결국 포스코에너지의 포스파워 지분 매각은 권 회장과 황은연 포스코 사장의 실패한 M&A 흔적을 덮기 위해서란 해석도 나온다. 고가에 인수한 회사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그 부담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다. 포스코에너지가 포스파워를 인수할 때 황 사장은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였다.
포스코에너지가 포스파워 지분의 외부 매각에 실패해도 발전소 건설 사업비 4조원을 혼자 부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에너지의 2015년 9월 말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3조5964억원으로 2013년 말 2조6193억원에 비해 37.3% 늘었다. 신용평가사는 최근 포스코에너지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 포스코에너지는 더는 차입금을 늘릴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포스코건설이 구원투수로 등장, 포스파워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포스코그룹 내에서 4조원이란 막대한 사업비를 분담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발전소 사업비가 크기 때문에 포스파워의 지분 매각은 초기 단계부터 검토해왔던 것”이라며 “지분을 그룹 계열사에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