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권 한국SR전략연구소(코스리) 부소장
이 문제가 처음 공론화되었던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감사원의 특별조사국 조사1과가 밝혀낸 것은 롯데홈쇼핑이 당사의 범법 재직자가 8명임에도 서류를 조작해 6명으로 축소 보고를 했고 재승인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재승인 심사규정은 범법행위로 처벌을 받은 임직원이 6명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합격점인 650점을 간신히 넘긴 672.1점으로 재승인을 받았다. 만약 범법 재직자를 8명으로 정직하게 보고했다면, 공정성 평가 항목에서 과락이 되어 재승인 거부나 조건부 재승인 대상이 될 상황이었다. 당시에 롯데홈쇼핑이 3년간의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범법재직자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었다면 재승인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롯데홈쇼핑측의 해명은 “재승인 심사 규정에 범법자 관련한 내용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번 감사원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의 이런 해명이 얼마나 정직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재승인 심사를 맡고 있는 미래부의 공무원들은 세부 심사 항목 등이 기재된 대외비 문건을 롯데홈쇼핑에 유출했다. 그 문건엔 항목에 대한 배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알지 못했다”는 당시의 해명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재승인 실패에 대비해 상당한 준비를 했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도 있다. 롯데홈쇼핑에서 자문료를 받은 심사위원들이 심사에 참여했다니 이 문제의 뿌리가 예상보다 깊다고 할 수 있다. 당장 감사원은 당시 방송사업자 승인에 참여한 미래부의 고위공무원 등 3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미래부와 롯데홈쇼핑의 유착관계가 있었음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는 셈이다.
롯데홈쇼핑 홈페이지에는 “윤리경영, 우리의 약속이며, 우리의 경쟁력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롯데홈쇼핑의 윤리경영 의지를 선명하고 간결하게 밝히고 있는 이 문구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사건에 있어 롯데홈쇼핑은 스스로의 윤리경영 원칙을 두 차례 어겼다. 첫 번째는 2014년에 있었다. 문제가 된 범법재직자들의 대부분은 2014년에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횡령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된 이들이었다. 임직원들의 범법행위 자체가 윤리경영을 정면으로 어긴 사례다. 두 번째는 이런 사실을 일부 숨기고 재승인 심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관계 부서와의 유착에 대한 의문을 남기면서 말이다.
홈쇼핑은 제조업체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 재승인심사가 까다로운 이유는 방송이라는 공공재의 사용에 대한 공공성이 중대하고, 유통업체로서 다른 업체들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홈쇼핑 업체에게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 책임과 공익성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에 이르러 롯데홈쇼핑이 전향적으로 윤리경영에 나서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25일 감사원 발표에 대한 롯데홈쇼핑 측 해명은 “최종사업계획서에 앞서 사업계획서, 공문, 청문회 구두 진술을 통해 해당 임원들의 혐의 사실을 미래부에 알렸다”는 것이다. 심사관계자들이 임직원 비리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고의로 누락을 할만한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궁색한 변명이다. 고의로 누락을 하지 않았다면, 실수로 누락했단 말인가? 재승인 취소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니 일단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는 처지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다못해 상상 이상의 윤리경영을 시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라도 밝히는 것이 공공재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기업으로서의 ‘윤리적인’ 자세가 아닐까?
기업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 한국에서도 김영란 법이 9월부터 시행된다. 모든 일에 뛰어난 열정과 발군의 능력을 보이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앞에서는 형편없는 수준의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