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인공지능과 개방의 국가 정책

입력 2016-03-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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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알파고로 야기된 인공지능의 충격파가 한국을 뒤덮고 있다. 인공지능의 경쟁력이 미래 국가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양대 산맥인 IBM과 구글을 벤치마킹한 엑소브레인(Exo-Brain)과 딥뷰(Deep View) 프로젝트에 상당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알파고로 인하여 더욱 대규모의 한국형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정부 자금과 인력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해 이 글을 쓴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의 절반을 바꿀 정도로 인류사적 거대 혁명이나, 그 본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을 통한 최적화라는 O2O(Online to Offline) 혹은 CPS(Cyber Physical System)에 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한다면, 오프라인에서 IoT(사물인터넷) 혹은 IoB(흔히 웨어러블이라는 생체인터넷)로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에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예측과 맞춤이라는 가치를 창출해 세상을 최적화한다. 최적화 과정에는 서비스 디자인, 플랫폼, 핀텍, 3D프린터, 가상·증강현실 등의 기술들이 융합된다. 분명한 것은 궁극적 변화는 새로운 O2O 가치창출이지, 인공지능이라는 요소 기술은 수단이라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은 50조 달러가 넘는 거대 산업 변화이나, 인공지능은 1000억 달러대의 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인공지능 기술개발은 중요하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활용하는 산업의 경쟁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대항할 한국형 OS(운영체제) 개발 정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미 알파고를 비롯한 주요 인공지능들은 소스 코드까지 공개되었고, 대규모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중이다. 이러한 공개 소프트웨어와 별도로 우리만의 인공지능 개발은 자칫 공인인증서와 같은 갈라파고스화를 초래해 국가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Caffe, Torch 등 대학 중심의 개방 인공지능에 이어 구글의 TensorFlow, 마이크로소프트의 DMTK 등이 모두 개방되고 인공지능에 반대하던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도 개방형 인공지능에 1조 지원을 선언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러한 개방 컴뮤니티에서 오픈 소스를 이용해 산업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명제일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대규모 한국형 국책 과제보다 민간 참여의 경쟁 프로젝트가 비용 대비 효과가 탁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제조업 강화를 위한 과제와 국방을 위한 CCTV 테러 방지 과제와 게임산업의 경쟁력 배가를 위한 개인 맞춤형 게임 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들 과제 선정의 가장 큰 사유는 대한민국 규제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분야라는 점이다.

기술 정책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인공지능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다. 인공지능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의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규제는 인공지능 산업의 거대한 장벽이다. 지원 정책을 편다면서 한편에서는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클라우드진흥법을 만들면서 공공이 클라우드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이다. 클라우드 서버의 위치가 특정 지역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클라우드의 상식을 넘어선 규제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시작부터 불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다이어트 서비스 업체가 아마존 서버를 사용하면 불법이다.

급증하는 관광객들의 문화적 충격 중 하나가 구글 지도 안내 서비스가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클라우드 서버의 위치 규제 때문이다. 결국 공인인증서와 같은 갈라파고스적 규제들이 한국 벤처의 글로벌화를 막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제조업 내수 보호 패러다임의 서비스 보호 정책의 결과는 글로벌화 실패로 인한 국가 경쟁력 저하로 귀결될 뿐이다.

이제 개방과 공유의 패러다임으로 인공지능 대응 정책과 제도가 정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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