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5국 후 인간과 알파고의 리턴 매치를 추진하겠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14일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에게 다시 한 번 인간과 기계의 대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현재 이세돌 9단과의 5국이 남아있지만, 5판 3선승제에서 인간의 패배가 확정됐다”며 “이번 5번기를 토대로 다시 한 번 준비하고 알파고에게 도전하고 싶다”고 리턴 매치 추진 이유를 밝혔다.
양 총장은 이어 “이번 경기를 통해 알파고의 문제점도 적잖이 노출됐다. 리턴 매치가 성사된다면 이세돌 9단이 재대결할지 다른 기사가 할지 모른다”며 “리턴 매치가 성사된다면 3개월 후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까지 진행되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는 구글 측이 이세돌에게 먼저 제의하면서 성사됐다. 알파고는 4국까지 3승 1패를 거두며 우승을 확정했다. 알파고는 1200대의 CPU(중앙처리장치)로 연결된 알고리즘으로 무장, 1초당 10만 회의 연산 능력과 상황별 최선의 수를 내놓는 전법으로 이세돌에게 3연패를 안겼다.
하지만 바둑계는 이세돌의 1승이 사실상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하고 인간의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우승을 내주었지만 리턴 매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세돌은 패배 후 복기를 통해 알파고의 패턴을 치밀하게 분석했고, 결국 4국에서 불계승을 이끌어냈다. 그는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백보다 흑을 힘들어 한다. 또 예상치 못한 수를 접했을 때 버그가 발생한다.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알파고는 4국에서 이세돌의 79수에 비상식적인 수를 남발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 측은 “바둑에서 네 모퉁이를 귀라고 하고 귀와 귀 사이를 변이라고 한다. 알파고가 귀와 변에서는 정리가 잘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중앙에서 복잡하게 분산적으로 뒀을 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은 인간도 정확한 답을 못 내고 있다. 알파고도 결국 인간이 만들었으니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이번 5번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일 “리턴매치는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한국기원의 정식 제의에 “본사와 상의해야 한다”며 확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