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반대 서명과 김수현 드라마
반대라는 미명하에 드러낸 배척과 혐오다. 여성과 장애인, 성적소수자,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그리고 특정 지역과 종교를 향한 혐오가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 혐오의 분출이 한국사회를 흔들고 있다. 정치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이 ‘혐오와 수치심-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에서 일부 사람과 법을 비롯한 사회적 제도가 혐오와 수치심의 감정을 동원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취약한 집단을 비정상으로 치부하고 주변화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기득권층과 갑(甲)들은 혐오와 수치심을 동원해 노인, 여성, 성적 소수자, 빈곤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을(乙)들을 우리 사회에서 유폐된 비가시적 인간으로 취급하고 있다.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업신여겨 지고 있다는 모멸감과 수치심은 자기 삶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타자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라는 심리적 반작용이 나타나게 된다”는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의 지적처럼 사회적 약자들 역시 이 사회에서 당하는 수치와 차별, 모멸감을 타인에 대한 혐오 형태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혐오다. 미디어와 대중문화 역시 뉴스 프레임이나 지배적인 표현 관행, 내러티브 등을 통해 특정 지역, 대상, 종교를 향한 혐오를 더 심화하고 있다. 혐오는 결국 배제와 차별, 탄압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를 통해 특정 대상과 지역, 종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배척을 무력화하는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 펼친 이가 있다. 바로 김수현 작가다. 일부에선 김수현의 드라마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는 비판도 제기하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특정 대상과 종교, 지역에 대한 혐오를 개선하려는 치열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
요즘 시청자와 만나는 SBS ‘그래, 그런 거야’에선 가장인 유종철(이순재 분)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성당과 절 등을 차례로 찾아 기도한다. 다양한 종교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땠나. 금기로 인식되며 사회적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는 동성애자에 대한 따뜻한 이해의 시선을 보냈다. 일부 기독교단체의 방송중지 요구 시위에 시달렸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와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뿐만 아니다. ‘부모님 전 상서’에서는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고 ,‘무자식 상팔자’에선 싱글 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화두를 던졌다. 김수현의 드라마는 의미 있는 시도 그 자체다. 김수현의 드라마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혐오와 편견, 배척 대신 배려와 존중을 자리 잡게 하기 때문이다.
“상이한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수할 수 있는 것과 감수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는 상식이다.” 지난 2월 숨진 세계적 석학 움베르토 에코의 말이다. 다름과 차이를 배척과 차별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 이해와 존중, 배려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2016년 대한민국에 횡행하는 혐오 문제에 대한 치유의 단서다. 특정 종교와 지역, 대상에 혐오를 드러내는 여러분, 김수현 드라마 한번 보시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