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개무량한 이번 삼성 갤럭시S7 리뷰 작성을 앞두고, 지난 몇 년 간 내가 작성했던 갤럭시S 시리즈의 리뷰를 쭉 훑어보았다. 하나같이 갤럭시의 위대하신 스펙을 찬양하고 있지만 어딘가 삐뚤어진 논조다. 필요 이상의 오버 스펙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태생적 한계에 대해 깊은 체념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갤럭시S 시리즈는 과시용 혁신에 급급해 명품을 휘감은 졸부 같았다. 혹은 성골을 꿈꾸는 진골 같았다. 여태까지는 그랬단 얘기다.
지난 2월 21일을 떠올려보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7이 공개되던 날, 검색어에 더 활발히 오르내리던 제품은 같은 날 함께 공개된 LG G5였다. 재미있는 요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모듈형 디자인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모험을 감행한 G5는 적어도 2월 20일의 씬스틸러였다. 갤럭시S7이 차린 잔칫상은 상대적으로 지루했다. 다른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조미료 뺀 건강식처럼 싱겁고 밋밋한 맛이었다.
전작과 비슷한 디자인에 더 이상 감흥 없는 스펙. 심지어 듀얼 픽셀 카메라를 적용하며 갤럭시S6보다 카메라 화소 수가 줄어드는 수치적 다운그레이드(실제로는 아니다)까지 일어났다. 별 기대 없이 갤럭시S7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정말 놀라고 말았다. 뭐지, 이 장인 정신 가득한 기기는. 오랜 방황 끝에 갤럭시S 시리즈가 드디어 왕좌에 올랐다. 판매량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모르겠다. 스마트폰 시장과 삼성전자 위기론은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러나 갤럭시S7은 실로 완전하다. 함께 등장한 다른 제품에게 불공평할 만큼. 이 제품을 힘껏 칭찬할 예정이기 때문에 미리 언급하고 가자면 삼성전자는 언제나 그렇듯 나의 월급에 100원도 일조하지 않는다.
삼성 갤럭시S 시리즈는 디자인 센스를 갖기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플라스틱 커버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플래그십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해치기를 수년. 분명 엄청난 스펙의 인재들이 모여 제품 디자인에 골몰하고 있을 텐데 갤럭시S5 같은 디자인은 왜 나왔던 것일까. 2014년 3월 훗날 ‘반창고 갤럭시’로 불리게 되는 갤럭시S5를 처음 만나고 얼마나 실망했던지. 삼성의 브랜드 컬러를 상징한다던 일렉트릭 블루 모델은 촌스럽기 그지없었다. 때가 낄 것 같은 느낌의 펀칭 패턴이 의아했던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러던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플라스틱을 버리고 교체형 배터리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이 쿨한 이별 뒤엔 아름다움이 옵션으로 따라붙었다. 갤럭시S6는 근사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만하면 됐군. 하지만 그립감이 아쉬워.”라며 건방진 훈수를 덧붙이면서.
서두가 길었다. 갤럭시S7을 보자. 먼 길 돌아 곱고 맑은 얼굴로 돌아온 이 어여쁜 제품을. 솔직히 갤럭시S7 엣지가 훨씬 예쁜데 인생일이 모두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라 어쩌다보니 갤럭시S7 기본 모델로 리뷰를 진행하게 됐다. 전작인 갤럭시S6에서 보여준 매끈한 글래스 바디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라인을 살짝쿵 다듬었다. 방망이 깎는 노인마냥 심혈을 기울인 후면부의 커브드 글래스는 날카로운 느낌이었던 갤럭시S6의 그립감을 부드럽고 우아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손에 잡는 느낌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사용자 친화적이며 바람직한 변화다.
광택과 컬러에 대한 깊이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글래스 바디는 갤럭시S 시리즈의 걸작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사용한 실버 티타늄 컬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주변 컬러를 모두 빨아들이는 거울 같은 소재라 사진 촬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뒷모습은 감동적일 정도. 실버 티타늄 컬러에선 메탈과 글래스가 만나 보여주는 하모니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사진으로 느낌을 모르겠다면 가까운 매장에 가서 실물을 보자. 하앍.
제품 허리춤(?)마다 이른바 ‘추노 마크’라 불리던 이통사 로고가 사라진 점 역시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한 방. 추노 마크가 떠나니 단말기 중고가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덩실덩실.
디자인 자체의 완성도에는 토를 달 것이 없다. 다만 지문인식이 심각할 정도로 심하다. 촬영을 하기 위해서 수건으로 뽀드득 뽀드득 닦으면 수건이 지나간 결대로 또 자국이 남는 미친 예민함… 정말 예쁘지만 손에 닿는 순간부터 더러워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사실 이 제품은 전작보다 두께와 무게가 늘어나는 역변(?)을 겪었다. 갤럭시S7은 7.9mm에 152g. 중요한 건 체형이지 몸무게가 아니라는 걸 일깨워주는 훌륭한 사례다. 약간 늘어난 부피에도 불구하고 더 훌륭해진 바디라인 덕에 손에 잡는 느낌은 한결 가볍다.
덧붙여 말하면 카툭튀도 완화됐다. 아이폰이고 갤럭시고 나는 카툭튀가 정말 거북스러운 사람이라, 이 점은 적극 환영한다. 보기에 좋은 건 물론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놓을 때 마음도 한결 편안하다.
초슬림 베젤도 디자인에서 한몫 차지한다. 갤럭시S7은 갤럭시S6와 동일한 5.1인치 디스플레이에 QHD 해상도를 채용했지만 베젤 두께를 줄여 차별화를 꾀했다. 제로베젤에 가까운 디자인 덕에 화면 몰입감을 높이고, 제품 가로폭을 줄여 한 손에 쥐기 더 편안한 조건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 자체에 대한 평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개인적으로 아몰레드 특유의 눈이 시릴 정도의 선명한 색감을 선호한다. 컬러가 풍성하고 화려해서 화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넷플릭스의 UHD 콘텐츠를 즐기기 딱 좋은 화면이다.
소프트웨어 상에서 화면 모드를 변경해 색상 범위나 채도, 선명도를 용도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
화면 얘기가 나온 김에 갤럭시S7과 G5가 동시에 밀고 있는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에 대해 얘기해보자. 처음엔 정말 불편했다. 계속 스마트폰 화면이 커져 있는 것 같은 압박감에 습관적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게 되더라. 대체 왜 스마트폰 화면이 하루 종일 켜져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갤럭시S7은 아몰레드 번인 현상을 피하기 위해 1분 단위로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 알림바의 위치가 변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적용해야 했다. 뭘 이렇게까지… 이 무슨 사서 고생인가. 평소에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지라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나의 몰이해를 거들었다.
그런데 이틀쯤 사용하고 나니 늘상 오늘이 며칠이고 지금이 몇 시이며,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얼굴에 띄워놓고 있는 이 제품의 성실함에 적응하게 되더라. 결국 습관의 문제다. 확실히 시간 정보 따위를 확인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화면 잠금을 해제하는 번거로움과 배터리 낭비를 덜 수 있었다. 획기적인 편리함을 주진 않지만, 금세 사용자를 길들이는 기능인건 분명하다.
자, 이제 갤럭시S7을 리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의상 해봐야 한다는 방수 테스트 시간이다. 풍덩. 해외에선 끓는 물에 넣고 어떤 사람은 탄산수에 담그고 난리던데 나는 소박하게 아리수에 담갔다. 제품이 완전히 잠기도록 물을 받아서 5분 정도 방치했는데 별일 없더라. 다만 수중 조작은 원활하지 않다. 내가 누르지 않았는데 터치가 되기도 하고 터치해도 반응이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 물속에서 카톡을 해야 할 만큼 바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우린 인어공주가 아니니까.
별도의 케이스나 캡 없이 이 정도 수준의 방수를 지원한다는 점이 고마울 따름이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갤럭시S7을 넣고 변기에 앉아도 재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약간의 더러움만 감수하면 된다. 지난 세월, 변기에 빠져 사망한 내 아이폰을 두 대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어본다. 또르르.
리뷰한 제품은 32GB 모델인데 용량이 아쉽다면 심 트레이를 꺼내보자. 유심 옆자리에 마이크로 SD를 함께 눕힐 수 있다. 최대 200GB까지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으니, 굳이 고용량 모델을 구입할 필요는 없겠다.
배터리 얘기도 할 차례다. 갤럭시S7의 배터리 용량은 3,000mAh. 전작보다 18% 가량 늘어난 용량이다. 배터리에 대해서는 조금 더 롱텀 테스트가 필요하겠지만, 갤럭시S7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나는 기대 이하의 배터리 시간을 체감했다. 정확히 오전 11시에 배터리 100%인 상태에서 제품을 충전기와 분리했다. 유심을 넣지 않은 상태로 와이파이 환경에서 사용했으며, 주로 쓴 기능은 카메라나 웹서핑 정도다. 게임 플레이 시간은 10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사용 후 4시간이 지난 오후 3시 무렵엔 배터리가 71% 남아있더라. 같은 사용 환경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썩 만족스럽지 않은 배터리 사용 시간이 나온다. 3,600mAh의 무지막지한 배터리를 탑재한 갤럭시S7 엣지를 사야 하는 것인가. 역시 엣지가 진리인가.
갤럭시S7은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만큼 게이머를 위한 사용자 환경에 공을 들였다. 다운로드한 게임은 게임 런처에 가지런히 정리된다. 게임런처에서 바로 게임 다운로드로 이동할 수도 있다.
또, 게임 중의 편리한 스마트폰 이용을 위한 게임 툴즈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게임 중 방해금지, 뒤로가기 버튼 잠금, 게임 최소화, 화면 캡처, 녹화 등 오롯이 게이밍 환경에 집중할 수 있는 기능을 배치했다. 숨김 아이콘으로 이 기능에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포인트. 사실 특정 소비자에게만 어필하는 기능이라 크게 관심받지 못하고 있지만 게이머에게는 굉장히 쓸모 있을 것. 특히 뒤로가기 버튼 잠금에 박수를 보낸다. 한참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데 중요한 순간에 뒤로가기 버튼을 터치해 머리 꼭지에 열이 오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테니까.
게임 절전 모드도 마련해 두었는데, 배터리가 부족한데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손이 떨리는 사람이라면 해상도와 프레임을 낮춰 플레이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사용자 여러분 모두 평소에 배터리를 부지런히 충전해 최고의 그래픽을 즐기길 바란다.
게임 관련 편의성에 이어 게이밍 퍼포먼스가 쾌적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굳이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로 갤럭시S7을 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다보면 엑시노스 8890과 스냅드래곤 820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뤄야 할 텐데, 나처럼 사용환경이 얄팍한 사용자는 두 AP의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참고로 리뷰 제품은 국내 출시 제품으로 엑시노스 8890을 탑재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 믿는다. 수치적인 퍼포먼스에 집착하지 않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소감만 말해보자. 갤럭시S6와 나란히 두고 사용해보면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더 빠르고 가볍게 구동된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멀티태스킹 동작 등 더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던 기본 기능에서도 물 흐르듯 민첩하게 반응하는 갤럭시S7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다만 여전히 소프트웨어적인 개성이나 강점은 느껴지지 않는다. 쓸데없이 욱여넣은 과시성 기능이 사라졌다는 점은 반길만 하지만, 모처럼 훌륭하게 최적화가 이루어진 이 제품을 좀 더 야무지게 써먹을 방법은 없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갤럭시S7은 삼성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단점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번인 현상을 막기 위한 움직이는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나, 마이크로 SD 슬롯이 추가된 점을 보면 삼성이 여론(?)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실을 잘 다져 새롭지 않지만 섹시한 제품을 만들었다. 약간은 지루할지언정 까내릴 구석이 없다. 이 드높은 완성도가 판매량에 얼마나 공헌할지 지켜보자.
자, 이렇게 갤럭시S7에 대한 일차적인 리뷰가 끝났다. 한 가지가 빠져서 의아할 것이다. 카메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이번 기사에서 다루지 않았다.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 후속 기사에 내가 셀프 스포일러 역할을 하자면 갤럭시S7의 카메라는 정말 어이없을 만큼 좋다. 색감은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지만, 취향 따위를 운운하며 깎아내리기엔 화질이 너무 좋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럼 다음 기사에서 만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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