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처럼 바로 인출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시중 통화량에서 중앙은행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 역시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라는 점에서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당좌예금, 보통예금 등 은행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올 1월 기준 21.2회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2월 21.0회 이후 8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예금 회전율이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한 횟수가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1월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원계열 기준)은 180조9342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80조원대를 돌파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1월 협의통화(M1) 증가율도 전년 동월 대비 20.7%를 기록, 한 달 만에 다시 20%대로 올라섰다.
M1 증가율은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로 인하한 직후인 7월부터 줄곧 20%대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작년 12월에만 19.6%로 살짝 하락한 바 있다.
M1에 2년 미만 정기예금 등까지 포함한 광의통화(M2)도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했다. 작년 9월엔 9.4%까지 치솟으며 2010년 9월(9.7%)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 역시 17.23회(원계열 기준)에 그치고 있다. 1996년 10월 16.86 이후 18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계절치를 조정한 계절조정 기준으로는 17.37회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이유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연초부터 불거진 중국 불안과 국제유가 급락 등 불확실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도 “돈맥경화라는 용어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통화승수 등이 떨어지는 등 소위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