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집세 피해 부모님과 함께사는 젊은층 늘어나
홍콩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집값 등 각종 비용 때문에 결혼 후에도 같이 잠들지 못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삼십대 초반인 짐 라이와 그레이스 라이 부부는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다. 이들 부부는 결혼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각자 부모님 집에서 따로 지낸다. 이들 부부만 결혼 후 살림을 합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 부부의 지인 중 세 커플도 살림을 합치는 대신 별거를 선택했다.
홍콩시립대학교의 어반리서치그룹이 18~35세 홍콩 젊은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전체 76%에 달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에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홍콩 싱크탱크인 홍콩아이디어스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 홍콩에서 별거하는 부부 숫자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심지어 결혼해서도 부모님 그늘 밑에서 사는 홍콩 밀레니얼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독립 대신 부모 곁에서 사는 것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 때문이다. 홍콩의 실업률은 3% 정도. 즉 고용난 때문이 아니라 비싼 집값 때문에 젊은 부부들이 별거를 택하는 주된 이유라고 FT는 지적했다.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라는 타이틀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가격 중간값은 홍콩 총소득의 19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성인이 된 후 독립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서구권 문화와 달리 전통적으로 여러 세대가 같이 거주하는 아시아 문화를 감안한다해도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오른 집값이 젊은층이 독립 대신 부모와 사는 것을 택하게 한 결정적 요소라고 FT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어반리서치의 지링 연구원은 “홍콩 밀레니얼 세대들이 경제적인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울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와의 정치적 갈등과 경기 둔화 여파에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이 1~2% 내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저출산 문제와 연결된다. 현재 홍콩 여성 출산율은 1.1명 정도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밀레니얼 세대들이 독립할 의지가 크지 않다는 데에 있다. 어반리서치에 따르면 이들 중 95%가 이러한 삶에 만족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 집세는 아낄 수 있으니 소비여력이 늘어나고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고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