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담뱃갑 경고그림…외국보다 수위 약해 ‘논란’

입력 2016-03-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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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흡연 경고그림. (사진=보건복지부)

▲경고그림위원회에서 확정된 흡연 경고그림 시안. (사진=보건복지부)

국내에서 판매하는 담뱃갑에 들어가는 경고그림의 시안(사진)이 10종의 형태로 처음 공개된 가운데 외국 경고그림보다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위원회는 31일 제5차 회의를 열고 올해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 부착될 경고그림 후보 시안 10개를 최종 확정했다. 시안은 폐암ㆍ후두암ㆍ구강암ㆍ심장질환ㆍ뇌졸중 등 병변(질병으로 일어나는 생체 변화) 관련 5종, 간접흡연ㆍ조기 사망ㆍ피부노화ㆍ임산부 흡연ㆍ성기능장애 등 비병변 관련 내용 5가지로 구성됐다.

문제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혐오감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경고그림에 대해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하는데 수위가 약해 충분한 경고가 안 됐다”며 “보건복지부가 너무 조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브라질, 태국, 우루과이 등 외국의 경고그림은 적나라해서 지나칠 정도로 혐오감을 준다. 수출하는 국산 담배 역시 경고그림을 부착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경고그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경고그림이 선정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2 제3항 단서다. 거기에는 ‘경고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관련 전문가들은 법안에 이 문구가 삽입된 배경에 대해 담배회사의 로비나 정치적 이해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경고그림의 혐오감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10가지 주제별로 시안을 3개 이상 제작해 검토했고, 해외사례와 비교ㆍ검토하는 사전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총 1890명(성인 1200명, 청소년 6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경고그림의 혐오감 점수는 평균 3.3점으로, 외국그림 평균(약 3.69점)보다 약 0.39점 낮게 나왔다. 주제별로 외국 경고그림보다 혐오감 점수가 높게 나온 그림은 없었다.

표시면적도 문제다. 외국 경고그림의 노출 면적은 90%에 달하지만 우리는 30%에 불과해 부족한 수준이다.

서홍관 회장은 “해외는 경고그림 도입은 물론이고 면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는 그림과 문구를 합해서 50% 이상이라고만 돼 있지만 이를 8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6월 23일까지 10종 이하의 경고그림을 최종적으로 결정해 고시한다. 최종 12월 23일부터 제작되는 담뱃갑에 경고그림이 부착된다.

OECD 국민 의료비 통계(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한국은 그리스에 이어 OECD 34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남성(15세 이상) 흡연율이 높다.

복지부는 2020년에는 성인남성 흡연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9%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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