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 금융시장부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중국의 안방보험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해 동양생명을 1조원이 넘는 가격에 사들인 비상장사 안방보험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가 들을 수 있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중국자본이 국내 보험시장을 탐내고 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후 그 분위기는 더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ING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등이 매각 매물로 나온 국내 보험시장에 안방보험은 물론 중국의 핑안보험그룹, 푸싱그룹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중국자본이 베일에 싸여 있다는 것이다. 중국보험사로서는 처음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한 안방보험은 설립자가 중국의 전 국가주석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라는 것, 2004년에 설립됐고 자기자본은 619억 위안(약 11조원) 수준이라는 것만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지배구조는 불투명하다.
최근 외신은 안방보험의 지배구조에 의혹을 제기했다. 투자자 신원이 정확하지 않은 법인투자자들이 있고, 지분 구조도 복잡하다는 것이다.
12년 전 한국시장은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먹튀 사건’을 접하며 중국자본의 간사함을 경험했다. 안방보험을 필두로 중국자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또다시 자금력을 대동하는 중국자본의 이면을 자세히 살펴봐야 할 의무가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돈을 퍼붓는 집단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누구보다 돈에 대해 민감한 정서를 가진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며 중국자본에 관대한 금융당국의 태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 보험시장을 겨냥한 중국 보험사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중국자본에 휘청대지 않는 금융당국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