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명운이 '용선료 협상'에 달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언급했다.
유 부총리는 “(현대상선은) 현재 자구노력이 진행 중인데 용선료 협상의 결과가 중요하다”며 “용선료 협상이 예상대로 안 되면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 발언 이후 18일 현대상선의 주가는 장중 한때 198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현대상선 종가는 1985원으로 전일 대비 8% 하락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 흥행에 성공하며 유동성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듯했다.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인 KB금융이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초 예상보다 현대상선으로 유입될 자금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현대상선은 채권 등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기름값, 운항비, 인건비, 항만부두 사용료 등 매달 소요되는 운영자금만 3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밀린 대금 등을 고려하면 현대증권 매각 대금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규모가)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명줄을 쥔 것은 용선료이다. 현대그룹 측도 현대상선 정상화 방안의 핵심을 용선료 인하를 꼽았다.
용선료가 현대상선 경영악화 주범으로 지목된 이유는 4~5년 전 운임 시세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운사는 막대한 초기비용을 감수하고 배를 직접 소유하거나 해외 선주들에게 배를 빌려 부담을 줄이기도 한다.
현대상선은 후자를 선택해 해외 선주들과 장기 용선 계약을 했다. 일정한 수준으로 용선료를 정하는 만큼 호황일 때 이득이지만, 반대의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현대상선이 어쩔 수 없이 시세보다 5배가 넘는 용선료를 지급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운영 중인 화물선 125척 가운데 84척이 그리스, 영국 등의 선주에서 임대 중이다.
현대상선은 이달 안에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경영정상화 방안 및 채무 재조정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협상에 성공해 용선료를 낮출 경우에만 출자전환 등 지원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결국 용선료 협상이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열쇠'인 셈이다.
한편, 한진해운도 용선료 인하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한진해운은 현재 컨테이너 60척, 벌크선 32척 등 총 92척에 대한 장기 용선 계약을 운용 중이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용선료로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