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ㆍ회생절차에서 재산을 숨기고 채무를 탕감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철(76) 신원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해 이같이 구형했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 회장의 차남 박정빈(43) 신원 부회장에게도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박 회장이 은닉 재산의 일부에 대해 부인 손모 씨의 재산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소유는 (박 회장) 본인의 것”이라며 “또다른 차명인인 부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을 보면 박 회장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파산제도는 정직하게 일한 사람들과 사회의 선의를 믿는 제도로,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 사건에서 엄한 처벌이 없으면 신뢰에 기반한 도산시스템이 희화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은 박 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언급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IMF라는 단군이래 최대의 국란(國亂) 후유증에 불과하다”며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고 채권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신원도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박정빈 부회장의 경우 개인 주식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하긴 했지만 피해액을 회복했으며, 현재 회사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개인 파산‧회생 절차에서 법원을 속여 250여억원의 채무를 탕감받고, 10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1심은 박 회장에 대해 징역 6년의 실형과 벌금 50억원을, 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던 박 부회장은 지난 1월 보석을 신청해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