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인력 감축 방안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안 마련에 집중하자, 직원들이 임금동결 조건의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삼성중공업은 대형 조선사 가운데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측과 직원들이 어떠한 협의점을 찾을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의 지난해 매출 대비 인건비 평균 비중은 11.2%다. 이 중 삼성중공업이 13.7%로 가장 높았다. 대우조선해양은 10.0%, 현대중공업은 9.9% 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조선업종 인건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인건비 비중은 7.6%,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평균 비중은 2.0%였다. 일각에서는 조선업 특성상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시장의 예상치를 벗어나는 규모로 인력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2014년 상시 희망퇴직제를 도입한 이래 1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한 이래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현안에 부딪히면서 조직 축소와 함께 인위적인 인력감축 등 극단적 처방이 불가피하다 게 시장과 업계 중론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상시 희망퇴직만으로 인력구조를 재편할 수 없다며 구체적 감축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권고사직을 어느 정도 병행하는 조건의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후 급여체계 개편 등의 논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1만3974명으로 대우조선보다 많다. 평균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평균 급여가 7100만원으로 비교적 적지만, 연간 급여 지출만 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임금동결과 고용 보장’이라는 카드를 제시하면서 삼성중공업 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에 놓였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한 임금 동결을 사측에 제시했다. 기본급 0.5% 인상에 1인당 격려금 250만원 지급을 합의했던 지난해 임단협 타결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고용 보장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까지 관철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9만6712원(지난해 대비 5.09%↑) 인상과, 성과급을 지난해 2배 수준인 250%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사 대표는 울산 본사에서 상견례를 겸한 올해 첫 임단협을 가진다. 이들은 각자의 요구·제시안을 교환하고 향후 교섭 일정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