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에 이어 수출도 회복되는 걸까. 수출 기상도가 다시 맑아졌다. 지난달 두자릿수 대로감소율이 확대되며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지는가 싶던 수출이 5월 초순 플러스 성장을 보이며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열흘간 통관기준 수출액은 93억99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25.7% 감소한 데서 반등한 것이다. 월별 10일까지 수출액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증가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관세청은 이같은 깜짝 반등 배경에 대해 “중국의 합성섬유 제조공장 공정률이 둔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유기화합물 수출이 24%나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반면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전체적으로 13.4% 줄어든 가운데 중국에 대한 수출이 43.3%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에 대한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신제품 홍보에 힘입어 117.8% 급증했다.
한국 수출은 지난 1월 6년5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인 -18.9%를 기록한 뒤 2월 -12.2%로 감소폭을 줄이다가 3월 -8.2%로 4개월만에 감소율이 한 자릿수대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한동안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걷던 수출이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4월 들어 작년 같은 달보다 11.2%로 줄며 수출 감소율이 다시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국제경기 상황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조업일수 축소, 선박인도 지연 등의 변수가 생긴 탓이다.
그러나 다시 악화되는가 싶던 수출은 이달 상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드디어 수출 마이너스의 행진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기대마저 나온다. 수출액은 작년 1월부터 16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며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월초라 이달 전체 수출 증감폭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글로벌 경기 부진, 저유가 기조 지속 등 영향으로 대외 여건도 녹록치 않아 1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모두 하락했다”면서 “한국 수출에서 40% 정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작년 3월과 비교해 국제유가가 여전히 35%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달에도 감소세를 비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초 지난 6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조업일수가 줄어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과 달리 이번 달 조업 일수는 작년 5월보다 오히려 하루 많은 21.5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에 이어 선박 분야의 호조세도 수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4월 선박수출은 해양플랜트 2척을 포함, 총 32척을 수출해 25.2% 늘어 5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특히 지난달 선주 측 요청 등으로 선박 5척의 인도 시기가 이달로 미뤄진 만큼 5월 선박 수출 기상도도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