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회생절차에서 재산을 숨기고 빚을 탕감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철(76) 신원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해 징역 6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차남 박정빈(43) 부회장은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박 회장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기 혐의에 대해 “박 회장이 수백억원 상당의 차명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급여채권 외에 재산이 없는 것처럼 법원에 서류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차명재산은 당숙에게서 교회헌금으로 쓰기 위해 물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고 금액도 특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박 회장의 범행은 파산·회생 제도를 악용해 내용과 피해의 규모 면에서 유사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제도의 신뢰에 큰 충격을 줬다”며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거의 없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다만 박 회장이 기업인으로서 오랫동안 그룹을 이끌어 우리나라 의류 산업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박 회장은 “아들은 좀 빼달라. 내가 10년이라도 살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개인 파산·회생 절차에서 법원을 속여 250억원 상당의 빚을 변제받고 10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회장은 그밖에 조세포탈, 사문서 위조, 탈세 등의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은 박 회장에 대해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 박정빈 부회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