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조선소’에서 침몰 주범으로
STX는 2008년 3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중국에 STX다롄조선소를 만들었다. 여의도 면적의 2배 규모인 550만㎡(약 170만평)의 대규모 부지에 주조, 단조 등 기초소재 가공에서 블록제작, 선박ㆍ해양플랜트 건조까지 조선해양 전 분야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꿈의 조선소’로 불렸다. 한때 고용인력이 2만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의 첫 해외 조선소 성공신화를 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썰물처럼 다가왔던 성공에 대한 기대는 조선경기 침체와 함께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다롄조선소 투자 이후 STX그룹은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 연이은 악재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위기를 막지 못한 STX그룹은 2012년 채권단에게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조선 경기 침체에 무리한 확장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결국 다롄조선소도 2013년 3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꿈의 조선소라는 칭호를 받던 다롄조선소가 STX 조선해양의 침몰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후 STX 조선해양은 재기를 위해 다롄조선소 매각에 돌입한다. 하지만 3차례 경매방식으로 진행된 다롄조선소 공개 매각은 모두 유찰됐다. 경매 초반 중국 조선사들이 STX다롄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실사팀을 파견했지만 어느 조선사도 인수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2014년 법정관리 후 다롄조선 평가 금액은 7000억∼9000억원으로 낮아졌다. 2차례 경매에서 유찰되면서 평가금액은 더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들은 조선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몸집이 큰 다롄조선소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롄조선소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면 STX 조선해양의 회생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며 “연이은 매각 실패로 인해 그룹이 회생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울며 겨자 먹기로 조선소 내에 있는 매각 가능한 자산들을 모두 처분하고 있다. 현재 STX다롄조선소에 있는 기자재 등 일부 자산은 매각이 이뤄진 상태다. 지난해까지 300t급 및 900t급 갠트리크레인, 바지선 등을 매각했으며 건조하던 선박들의 엔진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