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29일 퇴임사에서 “저는 원내대표로서 압력에 굴하지 않고 비타협적인 투쟁을 통해서 박 대통령의 정치 공세를 좌초시킨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이런 정책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때마다 일방적으로 유리한 언론 지형을 이용해서 ‘국회 망국론’, ‘국회 심판론’을 펴면서 정치권을 압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저는 원내대표로서 새누리당을 상대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아니라 두 명의 박 대통령의 존재감을 더 강하게 느꼈다”면서 “원유철 대표에게는 실례되는 표현일 수 있겠지만, 외부인사로 발탁되어서 자기 기반이 없어서인지 더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고 재량권을 반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원내대표 임기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지난해 11월 30일을 전후한 2016년 예산안 자동부의, 한중FTA 비준 때를 꼽았다.
그는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는 원내대표로서의 대여 협상력을 크게 약화시켰고, 한중FTA 비준은 경제적인 실익을 추구한다는 명분이 강했기 때문에 여론전에서 불리했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가 어려운 사정에서 당 내부에서는 너무 여당에 끌려만 다닌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고 당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더구나 여야간의 쟁점법안에 대한 협상문의 ‘합의 후 처리’라는 문구가 ‘합의된다면 처리’라는 취지인데, 여당과 우리 당의 일부가 이를 알면서도 ‘합의해서 처리’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쟁점법안 협상이 힘들었지만, 특히 선거법 협상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정부여당의 총선 연기까지 유도하려는 치킨게임 전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선거구 획정 외에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는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을 저지했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법안은 통과되었지만,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그 법안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널리 알렸고, 야당의 존재감과 야당 정치인의 가치를 국민 여러분께 각인시켰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저는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4.13 총선 승리의 한 요인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향후 거취와 관련, “저는 이제 원내대표를 그만두면서 저의 향후 정치적 진로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리 당의 체질을 변모시키고 수권 정당으로서 든든하게 재정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